[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15>인생은 속도 아닌 방향이라는 ‘임창용式 재테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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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홍수용 기자
삼성 라이온즈 투수 임창용 인생에는 사연이 많다. 보기 드문 강속구 투수로 한국에서 성공했지만 팔꿈치 부상이 겹쳐 선수생명이 끝나는 듯했다. 재활을 거쳐 일본 최고 마무리투수로 우뚝 선 뒤 미래가 보장된 일본을 뒤로 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다. 그는 “살아보니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말이지만 굳이 톨스토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본인이 ‘살아보니’ 절로 느껴져서 한 말일 것이다.

지금 이 말이 새삼 마음을 울리는 것은 모두가 ‘빨리 빨리’만 강조한 옛날을 후회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테크 분야조차 각성 중인데, ‘우리가 너무 빨리 돈을 불리는 데 집착한 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혹여 조급증 때문에 동양그룹 후순위채를 덥석 사 낭패를 봤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주식에 재산을 몰아넣어 깡통을 차지는 않았는가.

은행 적금은 돈 떼일 염려가 없는데도 이자가 적다는 이유로 재테크 세상에서 푸대접을 받았다. 그저 은행은 돈을 보관만 해주는 ‘돼지저금통’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실제 적금 이자율은 낮다. 연간 3% 이자를 보장한다는 적금 광고도 실제보다 과장된 오해의 소지가 많다. 이 말은 매달 100만 원씩 1년간 1200만 원을 넣으면 36만 원(1200만 원×3%)의 이자를 준다는 뜻이 아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100만 원씩 넣을 때 첫 달 적립액에는 3% 이자를 쳐준다. 하지만 둘째 달은 3%×12분의 11, 세 번째 달은 3%×12분의 10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이자율이 줄어든다. 마지막 달 적립액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3%×12분의 1, 즉 0.25%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3% 적금’에 다달이 100만 원을 불입해서 나중에 받는 이자는 36만 원이 아니라 20만 원 정도다. 세금까지 떼기 때문에 실제 연이율은 1.3%다.

이런 연이율의 의미는 잘 알아둬야 하지만 적금은 여전히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다. 우리 주변에는 금펀드, 개별 유망 주식, 변액연금보험, 틈새 부동산 등 귀가 솔깃해지는 투자처가 얼마나 많나. 이런 투자처의 장점은 잘되면 적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것이고 단점은 불안하다는 것이다. 적금은 뚝배기처럼 단순, 담백하다. 그저 ‘꾸준히 돈 좀 모아보자’ 하는 한 방향으로 느리게 움직인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오래할 수 있다.

약장수가 하는 말 같지만 ‘원금에 손실이 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 은행이 아닌 2금융권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불안한 사람, 여유자금이 없어 투자라는 걸 하고 말고 할 여지가 없는 사람’이라면 거창한 재테크 계획을 짜기보다 적금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먼저 ‘쥐꼬리 이자율’이라고는 하지만 약간이라도 높은 이자를 주는 은행을 골라보자. 연 3%대 적금 금리를 주는 곳은 전북, 제주, 부산은행 등 대체로 지방은행이다. 외환은행, 하나은행, 농협의 적금 금리도 연 2.9%(은행연합회 고시 금리 기준)로 높은 편이다.

적금 상품을 골랐다면 가입 방법을 고를 차례. 여기선 일명 ‘풍차 돌리기’ 방법을 소개해본다. 먼저 머릿속에 12개의 날개가 달린 풍차를 그려보자. 각 날개는 1월부터 12월을 의미하며 날개마다 별개의 적금 통장이 하나씩 달려 있다. 먼저 1월에 매달 10만 원을 넣는 통장 하나를 만든다. 2월에는 통장 하나를 더 추가해서 10만 원짜리 적금 통장 2개를 보유하고, 3월에는 3개를 보유해 결국 12월에는 매달 10만 원을 넣는 적금 통장 12개를 갖게 된다. 첫 달에는 10만 원만 불입하면 되지만 맨 마지막달에는 120만 원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그래도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4인 가구 기준 월 510만 원) 정도 버는 사람이고 다른 투자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120만 원 정도는 저축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13개월째가 되는 달부터 열두 달 동안 원금 120만 원에 이자가 붙은 적금 통장이 순서대로 만기를 맞게 된다.

적금이 12개월을 꽉 채우면 이를 다시 1년 만기의 정기예금에 넣는다. 이때 중요한 점은 만기가 돼도 매달 120만 원을 저축을 위해 떼어두는 습관만은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면 첫 번째 적금 만기금액(120만 원+이자)에 10만 원을 더한 ‘130만 원+이자’만큼을 정기예금에 넣을 수 있다. 그 다음 적금 만기 월에는 20만 원을 더한 ‘140만 원+이자’를 정기예금에 넣을 수 있고 마지막 적금 만기 월에는 만기도래액에 120만 원을 더한 ‘240만 원+이자’만큼을 정기예금에 불입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적금 풍차 돌리기’를 하다가 1년 뒤에는 ‘정기예금 풍차 돌리기’를 하는 셈이다. 이렇게 2년이 지나면 ‘2220만 원+이자’라는 목돈이 생긴다. 이때부터 좀 더 본격적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솔직히 기자도 주변 사람들에게 사석에서 “적금은 재테크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많다. ‘속도’만 중시한 점, 반성한다. 지금 세월이 ‘방향’을 중시하는 기본으로 돌아가라 한다.

홍수용 기자
#임창용#이자율#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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