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아기는 태양의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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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빛이 나는 아기,1990년,실크스크린 53.34×63.5cm
키스 해링,빛이 나는 아기,1990년,실크스크린 53.34×63.5cm
‘가슴에는 자라나는 애기 해가 하나. 나긋나긋 새로 크는 애기 해가 한 덩이’

박두진의 시 ‘산맥(山脈)을 간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기가 있는 부모라면 시인이 왜 해를 자라나는 아기에 비유했는지 알 수 있으리라. 밝고, 힘차며 생명력으로 충만한 아기는 사랑과 희망, 평화와 행복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미국의 예술가 키스 해링은 태양의 선물인 아기의 모습을 독창적인 화풍으로 표현했다.

네 발로 기어가는 아기의 몸에서 찬란한 빛이 발산되는 이 그림은 해링 스타일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바로 단순하고 간결한 윤곽선, 강렬한 원색,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기호를 자유롭게 사용해 작품의 메시지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기법을 말한다. 해링은 그라피티 아티스트(낙서화가)의 전설이다. 지하철, 거리의 담벼락, 건물의 외벽에 그려진 낙서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 ‘그라피티 아트’라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왜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전시하지 않고 경찰의 단속을 피해가면서 불법적인 낙서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좀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열린 미술을 하기 위해서였다.

해링에게 빛이 나는 아기를 그리게 된 배경을 물었을 때 그는 이런 대답을 들려주었다.

‘빛이 나는 아기가 나의 로고나 서명이 된 이유는 아기는 인간 존재의 가장 순수하고 긍정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오늘은 특별한 힘과 희망, 사랑이 아기 주변을 후광처럼 에워싸는 기적을 만드는 하루가 된다면 좋으리.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아기#태양#키스 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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