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주역이야기]달마대사를 9년간 면벽수행하게 만든 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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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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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상 동아일보DB
달마상 동아일보DB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달마 대사는 인도계 사람이다. 중국 남북조시대에 중국으로 건너와 쑹산(崇山) 산 사오린(少林)사에서 9년간 면벽수행(벽을 마주하고 앉아 하는 수행)을 한 끝에 도를 깨달았다. 큰 눈과 턱수염에 험상궂은 표정을 한 달마 그림은 불교신자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달마 대사는 중국 불교 선종의 시조이기도 하지만 관상학(觀相學)에서도 시조에 가깝다. 그가 지은 ‘달마상법(達摩相法)’과 송나라시대 마의 도사(麻衣道士)의 ‘마의상법(麻衣相法)’ 은 중국 관상학의 2대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달마상법의 원래 이름은 ‘달마조사상결비전(達磨祖師相訣秘傳)’인데 책 전체 분량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九年面壁(구년면벽),混混形骸(혼혼형해),一粟回光(일속회광).

糠秕世界(강비세계),念彼此三千大千(염피차삼천대천),入我空相色相(입아공상색상).

(구 년 동안 면벽을 하며 혼란과 혼돈 속에 뼈만 남게 되었다. 좁쌀만 한 한줄기 빛이 들어와 바라보니 세상은 쭉정이뿐이었다. 마음이 온 누리를 향했다. 안에 들어가 본 즉, 만물은 곧 텅 빈 세상이었다.)

끝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정신을 집중해 노력하는 것을 달마의 수행에 비유해 ‘면벽구년’이라고 한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책상에 앉아 공부에 집중하는 수험생이나 고시 합격을 위해 노력하는 고시생, 또는 연구 목적 달성을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하는 과학자를 설명할 때 종종 쓰는 말이다. 주위에 보면 이렇게 한번 달라붙으면 끈덕지게 매달리는 사람이 있는데, 사주를 감정해 보면 ‘편인(偏印)’의 기운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편인이 강한 사람은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을 보곤 한다.

50대 후반으로 대기업 중역을 지내고 있는 어떤 사람의 사주를 본 적이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CEO를 맡고 있는 사람인데 S대 법학과를 졸업한 수재다. 많은 동기생이 사법고시나 행정,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법조계나 정부 부처의 고위직에서 일한다. 주위에서는 대부분 이 사람도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될 걸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일반 기업체에 취직했다. 사주를 보니 편인이 있긴 했지만 역마(驛馬)가 더 강한 사주였다.‘역마’가 강한 사람은 한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고향을 떠나는 경우도 많고 국내외 출입이 빈번하다. 그러다 보니 사법시험과 인연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관운이 강하고 대운이 좋아 기업체에서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편인이 강한 사주가 있는 사람은 성격이 고독한 편이고 정신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은 성향을 보인다. 재능과 학식이 뛰어나지만 석박사 학위를 받거나 교수가 되는 정통 학문의 길보다는 남이 하지 않는 특수한 분야나 독창적인 분야를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교육, 연구 분야보다는 조사, 탐정, 정보, 취재 등에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종교, 철학, 역학, 의약업과 예술 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반면 사람을 가리고, 고독이 깊어져 우울해지거나 영적인 것, 환상적인 것을 좋아하고 인내력이 약하여 유시무종(有始無終·시작은 있으나 끝맺음이 없음) 하는 경우도 많다. 세상의 규범을 무시하거나 싫어하며 현실을 떠나 산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걸 즐기기도 한다.

달마대사의 사주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구년면벽으로 큰 깨달음을 얻어 불교의 큰 스승이 되었다. 현대는 전문가의 시대다. 편인이 강한 사주는 질서가 강조되던 유교문화에서는 좋은 사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정을 추구하는 농경사회가 아니다. 독창적인 사람을 존중하는 시대가 되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끈기 있게 도전하는 삶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달마#면벽수행#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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