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남자이야기]<25>‘신데렐라 맨’이 되고 싶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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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결혼 한방으로 인생역전에 성공하는 ‘신데렐라 맨’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다만 ‘처가 덕’을 볼 수 있는 정도면 족했다. 성공한 남자들 가운데는 겉보기에는 자수성가한 것 같아도, 알고 보면 처가를 지렛대 삼았던 이가 의외로 많다.

남자는 부유층 여성이 많이 다닌다는 대형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헛물을 켜고 말았다. 여성들에게서 투명한 벽이 느껴졌다. 허물없이 어울리는 미혼 남녀들은 거의가 가족끼리 잘 아는 사이였다. 남자는 그들 남녀를 지켜보며 가난한 남자와 부잣집 딸이 오로지 사랑으로 연결되는 로망은 TV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기적이었음을 절감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혼 외에는 성공으로 솟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신데렐라 맨의 기적을 이루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여성들 눈에 들기 위해 중고 수입차를 할부로 구입했다. 소개팅 상대를 까다롭게 저울질했고, 참가비가 비싼 파티만 골라 나갔다. 남자는 상대를 속이더라도 일단 결혼에 골인하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침내 한 여성의 마음을 휘어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신데렐라 맨의 꿈은, 현실적인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거품처럼 꺼지고 말았다. 남자는 여자의 부모가 신혼집을 마련해 줄 것을 바랐던 반면, 그쪽에선 “전셋집 구할 능력도 없으면서 비싼 차는 왜 타고 다녔느냐”며 남자의 저의를 의심한 거였다.

그 후에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상대편 부모가 일찌감치 개입을 하는 바람에 ‘눈먼 사랑’을 이뤄낼 시간을 벌지 못했다. 부유층 부모의 딸 챙기기는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결국, 남자는 가짜로는 진짜를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했다.

성경에서는 아내와 남편을 ‘돕는 배필’이라고 규정한다. ‘돕는 배필’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에셀 케네그도’인데, ‘돕는다’는 뜻의 ‘에셀’과 ‘마주 보고 서있다’는 뜻의 ‘케네그도’가 합쳐진 합성어다. 따라서 ‘에셀 케네그도’라는 말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대등하게 사랑하는 남녀 사이를 의미한다.

뭔가를 이뤄본 사람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다. 자기 자식의 ‘돕는 배필’로서의 건강한 매력이 있는지 금방 간파해낸다. 엄밀하게 보면 매력이란 외모와 성격, 소통능력, 세계관 등을 아우르는 것이며 이 또한 자기관리의 산물이다. 동화 속 신데렐라의 인생역전도 자기관리의 산물일 수 있다. 계모와 언니들의 핍박을 꿋꿋하게 버텨내며 닦은 건강한 몸과 마음이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이어졌을 테니까.

한상복 작가

보따리를 싣고 여행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인생역정을 표현한 김수자 씨의 영상작품. 국제갤러리 제공
#작가 한상복의 남자 이야기#남자#취집#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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