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임우선]올해 교육부에 묻고 싶은 마지막 질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2017년의 끝에서 올 한 해 교육계를 돌아본다.

1월부터 4월까지 교육부는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이 분명하니 관가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지만 교육부는 특히 심했다. 실물경제를 다루는 부처가 아닌 데다 유독 이념과 정치에 좌우되는 정책이 많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했다. 정책을 추진했다가 새로 온 수장이 ‘싫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분위기였다. 제대로 일했다면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등 민생과 직결되는 굵직한 교육정책이 착실히 추진됐어야 했지만 대부분 ‘올 스톱’이었다. 이따금 몰락한 정권의 마지막 각혈 같은 ‘국정 교과서 방해 엄정 대응’ 등의 자료를 토해낼 뿐이었다.

5월 새 대통령이 취임한 뒤 두 달이 다 돼서야 숱한 논란을 딛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했다. 김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 사실상 자신이 만든 새 정부의 교육공약을 정책으로 구체화해 나갔다. 이후 6개월간 교육계에는 몇 년 치를 능가할 정도의 많은 변화가 ‘광풍’처럼 몰아쳤다.

전국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던 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93만5059명분의 시험지를 인쇄해 배포하던 중 갑자기 폐기 결정이 났다. ‘1번’과 ‘2번’ 중에 고르라던 수능 개편안은 갑자기 시안 발표 한 달이 안 돼 1년 유예 결정이 내려졌다. 국민 농락에 가까운 정책 추진과 번복의 과정에 이념과 정치권의 판단이 개입됐음은 물론이다.

또 교육부는 죽어가는 일반고를 살리겠다며 외국어고·자사고·국제고 죽이기에 들어갔다. 불과 몇 달 만에 결정한 일이다. 서울 강남 8학군 특정 지역 집값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학종’은 여전히 깜깜하고,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학생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는 아직 모호하다.

분란도 끊이지 않았다. 야심 차게 학교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더니 갈등만 키운 채 용두사미로 끝났다. 난데없이 등장한 임용절벽에 교대생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지지부진한 특수학교 설립에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무릎을 꿇어야 했다. 사립유치원들은 휴업으로 국민을 협박했고, 교육부는 재정 지원으로 대학을 겁박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자질과 역량을 충분히 갖췄는지 의심스럽지만 교육부는 초중고교 교육 기능을 교육청으로 착실히 이관하고 있다. 김 장관의 대표 브랜드인 혁신학교 정책은 내년부터 전국 단위로 추진된다.

최근 발표된 국가교육회의의 위원 구성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한국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고심할 조직이라더니 존경할 만한 교육자나 철학가, 미래 전문가는 없었다. 그 대신 태반이 교육을 활용해 정치에 관심을 둔 인물 혹은 장관의 지인 등으로 채워졌다. 장관 취임 이후 교육부에 연달아 생긴 다른 4개 위원회가 그러했듯이….

올 하반기 교육부는 과거의 교육부를 ‘적폐’로 재단하기 바빴다. 그러나 한국 교육의 진짜 적폐는 교육을 교육답게 대하지 않고 정치의 끈으로 옭아매 조종하는 것이란 점에서 지금의 교육부는 본질적으로 과거의 교육부와 다르지 않다. 보수냐 진보냐의 색깔만 바뀌었을 뿐 교육을 정치란 실에 의해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공연쯤으로 취급한다는 점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올해 여러 정책을 발표하면서 늘 ‘국민의 뜻’이고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일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교육 정책을 힐난하는 국민의 원성 또한 어느 때보다 높은 건 아이러니다. ‘국민의 뜻’이 아니라 ‘정치의 뜻’이고, ‘교육의 이름으로’ 한 일이 아니라 ‘이념의 이름으로’ 한 일이기 때문은 아닐까. 2017년 교육부에 묻고 싶은 마지막 질문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교육부 개점휴업 상태#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수능 개편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