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헌재]야구 선수 몸값 100억 원의 경제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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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부럽다. 또 한 명의 ‘야구재벌’이 탄생했다. 프로야구 두산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민병헌이다. 롯데로 팀을 옮기면서 4년간 80억 원을 받기로 했단다. 1987년생이니 만 나이로 이제 서른이다. 그 나이에 로또를 여러 번 맞아야 가질 수 있는 돈을 벌게 됐다. 다치지 않고 지금 실력을 유지하면 4년 후 두 번째 FA가 된다.

80억 원은 보통 사람은 가늠하기조차 힘든 액수다. 연봉 1억 원을 받는 직장인이 쉬지 않고 80년을 일해야 벌 수 있다. 억대 연봉 직장인이 주변에 몇 명이나 될까.

민병헌이 야구를 잘하는 선수이긴 하지만 KBO리그에서 특별한 정도는 아니다. 국가대표 외야수 가운데 한 명이다. 태극마크를 달 수준의 선수라면 대개 이 정도 대우는 받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FA가 돼 롯데에 잔류하는 손아섭은 98억 원, 롯데에서 삼성으로 옮긴 강민호는 80억 원을 받기로 했다. 올해 미국에서 뛰었던 황재균은 88억 원에 내년부터 kt 유니폼을 입는다. 메이저리그에서 18경기밖에 뛰지 못하고 1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지만 돈방석에 앉게 됐다. 올해 필라델피아에서 돌아온 김현수는 100억 원 이상(이상 4년 기준)을 받을 게 유력하다.


국내 경기가 어렵다지만 프로야구는 예외인 것 같다. 구단들은 해마다 200억 원가량씩 적자를 보지만 FA에게는 선뜻 지갑을 열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 거품 논란이 거세게 일 만도 하다.

그렇지만 구단들이 돈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팀 성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성적은 팬들을 부른다. 팬이 늘어나면 티켓도 많이 팔린다.

단적인 예가 지난해 말 역대 최다인 4년간 150억 원에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다. 메이저리그에서 후보 선수였던 이대호에게 최고 몸값을 안기면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렇지만 비즈니스적으로 볼 때 이대호의 영입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대호가 없던 지난해 롯데의 안방 관중 수는 85만2639명, 입장 수입은 57억6900만 원이었다. 이대호의 합류로 전력이 강해진 롯데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면서 관중과 입장 수입은 각각 103만8492명, 110억2800만 원으로 늘었다.

이대호가 150억 원을 받았다곤 하지만 연간 금액으로 따지면 37억5000만 원이다. 이에 비해 관중 수입은 무려 52억 원이 증가했다. 티켓 판매 외에도 구장에 와서 먹고 마시고, 기념품을 사는 금액도 상당하다. 롯데로서는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이대호 혼자만의 힘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타율 0.320에 34홈런, 111타점을 기록한 이대호가 없었다면 롯데의 선전 역시 없었을 것이다.

4년 100억 원에 왼손 거포 최형우를 데려온 KIA도 관중 수입이 102억7000만 원으로 2016년(78억2000만 원)에 비해 31.4%나 늘었다. KIA는 올해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했다. 이에 비해 최형우와 차우찬(LG) 등을 놓친 삼성은 관중은 17%, 입장 수입은 22%나 줄었다.

물론 대형 FA를 데려와 실패한 사례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명하지 않을까.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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