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에이미 잭슨]한미FTA, 美의원들에 로비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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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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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표로 부임한후 한국과 미국의 경영방식이 차이가 있어 놀라곤 했다. 유권자가 정부와 소통하는 방식이 그중 하나다. ‘로비활동’이라는 단어가한국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어감을 갖는 반면 미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다. 로비활동은 정부의 정상적인 기능을돕기 위한 필수요소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호하는 권리다.

암참은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스타일’로 로비활동을 펼쳤다. 한국인과 미국인으로 구성된 8인의 대표단이 4일간 60개가 넘는회의를 통해 여러 의원과 입법보좌관, 주요공직자를 만나 한국을 소개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미국은 의원 및 연방공무원들을 접촉해로비하는 사람에게 의무적으로 전문 로비스트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등록된 로비스트는 1만1000명을 넘는다. 하지만 로비활동을 하며 의회를 거니는 사람은 전문로비스트만이 아니다. 노조와 교회, 학생단체, 노인단체, 환경단체, 농가 등 미국의 모든 단체는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이들이 날마다 의회를 드나들며 로비활동을 펼친다.

의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의회 건물, 그중에도 하원 건물에 진입하기 위한 줄이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다. 경험 많은 로비스트는 건물의 옆문과 뒷문을 미리 알아두었다가 진입 시간을 단축하는 반면 ‘초보’ 로비스트들은 입구검색대 통과에도 많은 시간을 들이곤 한다.

의원들과의 면담 일정을 잡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의원들의 스케줄이 다른 단체들과의 일정으로 차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한미 FTA가 화두가 되면서 의원들의 주요관심사가 됐기 때문에 암참 대표단은 일정을 잡는 데 무리가 없었다. 의원실에 도착해보면 공간의 협소함에 놀라곤 한다. 암참 대표단도 의원실에 도착했을 때 먼저 온 다른단체들 때문에 자리가 없어 북적거리는 복도에 서서 회의를 하기도 했다. 워싱턴에서 성공적으로 로비활동을 하려면 즉흥적으로,
짧은 시간에, 시끄러운 복도에 서서라도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로비단체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뒷받침할자료와 각 의원의 지역에 관련된 정보를 준비한다. 암참을 비롯한 많은 로비단체가 직면하는 문제 중 하나는 때로 의회에 잘못된 정보가 만연해 정확한 사실 전달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암참 대표단이 만난 의원 중에는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이 한국시장에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있었다. 우리는 그때마다 한국 근로자들의높은 교육수준을 설명하고 한국 인적자원이 일부 아시아 국가처럼 저렴하지 않다는 점을 알려주어야만 했다.

미국에서 로비활동은 로비단체뿐만 아니라 의원 자신에게도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된다. 의원은 로비단체들과의 만남을 통해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표 방향을 결정한다. 또 2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하원의 경우 유권자들과 만나는자리를 자주 가짐으로써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적극 알리기도 한다.

이번 암참 대표단에는 한국인이 여럿 포함된 만큼 그들의 시각에서 미국의 로비활동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미국의로비활동은 유권자와 의원 간 소통을 넓히는 통로가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전했다. 이들은 한국인이지만 한국 소재 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의원들로부터 유권자와 동일한 대우를 받은 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미국에서 경영하는 한국 기업을 비롯한 한국인 단체들이 미국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 스타일’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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