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이정웅/잊지 못할 ‘방학 평점’을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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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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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는 숨이 가쁘다. 새학기의 어수선함에서 벗어난 듯하면 중간고사가 다가온다. 시험을 치르고 난 뒤에는 축제기간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듯 정신없이 즐기다 보면 기말고사가 서서히 목을 조여 온다. 하루하루 쫓기듯 시험을 치르고 나면 갑작스레 방학이 시작된다. 황금 같은 3개월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어영부영하다 보면 허무하게 시간이 가고 그러면 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군대 가기 전 네 번의 방학을 그렇게 흘려보내서 항상 아쉬웠다.

하지만 지난해 인도에서 보낸 겨울방학은 소중한 기억이다. 신비의 땅 인도에 가는 것은 젊은 날에 꼭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다. 막상 낯선 땅에 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때까지 단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학기 중에 짬짬이 시간을 내 준비를 했다. 저렴한 항공권을 찾고 책과 인터넷 자료를 읽었다.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것도 일이었다. 내가 그 여행에서 무엇을 얻어올 것인가, 여행 목표를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복학 첫 학기. 학업에 쫓기면서도 나는 찬찬히 준비를 해나갔다. 그리고 인도에서 나는 준비한 이상의 경험을 했다.

아직도 바라나시에서 만난 뱃사공을 잊을 수가 없다. 새벽에 일출을 보려고 배를 타고 가는데 뱃사공도 내 또래였다. 그는 해맑게 웃으며 “난 대대로 뱃사공을 해야 하는 카스트”라고 소개했다. 멍해졌다.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카스트를 직접 만났다. 아침 안개 낀 강에서 마주한 그의 맑은 미소와 무거운 삶, 그때 세상을 감싸는 오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인도여행 이후 더 많은 세상을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난다. 하지만 이번 여름방학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내가 바라는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정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학은 학원가에서 대충 때우는 점심과 열람실의 에어컨 바람과 함께 보내야 할 것 같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계획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꿈꿔 온 목표를 실현하는 일과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일을 하기에 방학만큼 좋은 시간이 없다. 학기의 결과는 학점으로 나오지만 인생의 평점도 중요하다. 나는 젊은 날의 방학 기간은 인생 평점의 20%에 해당하는 수행평가라고 생각한다. 그 수행평가의 주제는 열정이다.

이정웅 고려대 사회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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