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백연상/등록금은 같고 혜택은 다른 학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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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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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경제학 수업을 듣다 재미있는 이론 하나를 배운 기억이 난다.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이론이다. 물을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의미 그대로 기업이나 국가 경영에서 효율적인 부분에 집중해 경제성장을 이루면 다른 기업이나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선택과 집중이란 단어는 우리가 다니는 대학에도 스며들어 있다. 비인기학과 정원 축소 및 통폐합이 하나의 예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경영관 1층에는 경영학부 학생만 쓸 수 있는 스터디 공간이 있다. 출입구에는 ‘타 학부 학생의 이용을 금합니다’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경영학부 학생 인원의 2배 가까이 되는 문과대 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문과대 건물 안의 허름한 열람실보다 훨씬 시설이 좋다. 동일한 등록금을 내는데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의 종류와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의문을 갖게 한다.

낙수효과나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한국의 기업과 경제가 성장했듯이 대학도 인기학과를 토대로 학교 전체의 발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다. 취업률이나 고시성적 등 가시적인 성과로 학과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한국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인기학과를 토대로 학교를 발전시키려는 경영자의 입장도 충분히 수긍이 간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는 특성 때문에 기업과 확연히 구별된다. 기업은 생산성이 없는 분야의 사업은 과감히 접고 현 시점에서 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를 할 수 있다. 효율은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고 마땅히 기업가가 추구해야 할 덕목이다.

그러나 각기 고유한 가치를 가진 학문을 다루는 대학에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곤란하다. 학문의 특성상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교수와 학생이 오래 연구해야 실적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따뜻한 봄 햇살이 대지의 만물을 비추듯 모든 학문이 골고루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정책이 대학의 발전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

백연상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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