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칼럼]‘노 후<盧後>’ 걱정과 ‘노 후<盧後>’ 대책

  • 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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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도 오늘과 같은 상태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렇기를 바라는 사람의 욕심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리라 진정 믿는다면 그건 썩 영리한 사람의 짓은 못 된다. 노후에는 많은 것이 달라지고 달라져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 개인의 노후도 나라의 노후도 마찬가지다. 소리는 같지만 뜻은 다른 ‘노후(老後)’와 ‘노 후(盧 後)’가 재미있어 일부러 한글로 적은 장난을 용서해 주시길 빈다. 황제의 권력도 무한할 수 없다. 하물며 민주국가의 대통령 권력이야….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도 이젠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도 스스로의 ‘노후’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그에 못지않게 많은 국민은 ‘노 후’의 이 나라를 걱정스레 생각한다.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도 눈이 아주 어둡지 않다면 노 정권 4년 동안 국정이 얼마나 문란해지고 민심이 얼마나 이반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는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도 나라를 망쳐 먹기는 힘도 시간도 크게 필요 없다.

앞으로 참으로 어려운 일은 저처럼 흐트러진 나라를 ‘노 후’에 다시 수습해서 국정을 정상화하고 불 꺼진 경제의 성장 동력을 재작동시키면서 국제적으로도 앞으로는 예측 가능한 대외정책을 천명해서 우방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右는 군부독재 미화해선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긴요한 전제가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인 대북정책으로 인해 21세기 초의 이 땅에 마치 6·25전쟁 전과 같은 고약한 ‘이념’ 대립으로 국론이 분열된 이 ‘차가운 내전(內戰)’ 상태를 슬기롭게 종식시키는 일이다. 거기엔 다 같이 해야 할 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나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처음부터 전혀 좌파나 진보파로는 보지 않고 다만 ‘친북파’, 더 정확하게는 ‘친김정일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여기서는 그냥 ‘좌파’라고 부르기로 하고 그의 반대파를, 이것도 못마땅하지만 일단 ‘우파’라고 부르기로 한다.

우선 2007년 정권 교체가 이뤄져 좌파 정권 대신 우파 정권이 들어설 연의 ‘노 후’의 문제다. 그럴 경우 지난 10년의 좌경화에 대한 반동으로 지나친 우경화가 판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도로 민정당’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그럴 기미조차 보인다. 이념적으로는 좌파적 과거사 왜곡에 대한 반동으로 이번에는 우경 편향의 과거사 해석이 또 다른 현대사 왜곡을 낳지 않을지, 그럼으로써 민족공동체의 역사가 끝내 안정을 얻지 못하고 좌우를 오가는 불안한 그네 타기를 계속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박정희 정권의 18년간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평가한다고 해서 유신 독재하의 정치 탄압, 인권 유린은 없었던 것처럼 미화한다면 그것도 과거사의 왜곡이다. 하물며 광주의 ‘피바다’에 목욕하고 집권한 신군부의 1980년대를 ‘발전 국가의 계승’이라고 일컫는다면 ‘6월 민주항쟁’에 거리로 나온 일반 중산층 시민조차 동의 안 할 것이다.

한국의 분별없는, 또는 분별 있는 모든 우파가 명심해야 할 일은 아무리 미워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박정희 전두환과는 달리 쿠데타가 아닌 선거를 통해 집권한 합헌적 정권이라는 사실이다. 국토에서 국군을 시켜 국민을 대량 학살하고 집권해서는 권좌에서 물러날 때마다 몇천억 원(!)씩 비자금을 챙겨 나온 신군부 정권을 미화하는 어떤 우파적 역사 왜곡도 다수의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다.

左는 북한과 분명하게 선 그어야

반대로 좌파세력은 ‘노 후’에도 다시 권력을 장악할 뜻을 품는다면 대한민국을 부정하려는 어떤 야릇한 세력의 유혹에도 이젠 깨끗이 절연(絶緣)하는 면역성을 보여야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반동적이고 반민족적, 반인민적인 김정일 정권에 ‘봉사’해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6·25전쟁 전에 월북한 남로당인사들의 비참한 말로가 그를 십분 가르치고 있다. 대한민국 안에서 진정한 좌파 진보세력이 다시 기회를 얻으려면 필수적 대전제가 있다. 좌파가 집권해도 대한민국을 지키고 안보를 튼튼히 하며 국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서유럽의 좌파 정당처럼….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본보 객원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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