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최성규]시속 800㎞… 꿈의 ‘튜브 트레인’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철도에는 저마다의 추억과 낭만이 어려 있기에 가끔 향수를 일으킨다. 철로를 걸으며 즐거워하던 일, 소나무와 해변에 자리 잡은 간이역…. 이처럼 아름다운 기억을 뒤로한 채 철도기술은 현재 엄청난 속도로 발전 중이다. 교통수단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무협지에 나오는 축지법은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공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철도의 진화는 생활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일,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실제로 펼쳐진다. 기술의 진화, 철도의 진화가 가져오는 미래의 모습이다.

1899년, 그러니까 정확히 110년 전에 평균속도 시속 20km로 달리기 시작했던 증기기차가 시속 300km의 고속철도 KTX로 거듭났다. 지금은 시속 400km 이상의 철도를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2000년대 초 철도 선진국과 비교할 때 50% 정도였던 국내 기술 수준이 지금은 80% 정도로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연구개발을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을 계속한다면 10년 내에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속 400km의 고속열차, 틸팅 열차, AGT 경량전철, 바이모들 트램, 소형궤도열차, 자기부상열차는 몇 년 내에 상용화될 첨단 철도시스템이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먼 거리, 또 도시 안에서 여러 모습으로 우리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안락하게 만든다. 개발 중인 다양한 철도 시스템 가운데서도 상상 그 이상의 패러다임으로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초고속 튜브 트레인을 타보자.

초고속 튜브 트레인은 지름 5m 정도의 튜브(tube) 속 레일을 달린다. 튜브 안쪽은 진공에 가까워 열차 앞쪽에 공기저항이 거의 없다. 이론상 시속 100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기존 항공기와 맞먹는 속도인 시속 700∼800km가 목표다. 초고속 튜브 트레인이 시속 800km로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까지는 1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통일이 돼서 서울을 출발해 평양과 신의주를 지나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이어지면서 철길을 따라 유럽으로 가는 미래를 상상해 본다. 말 그대로 유라시아 초고속열차다. 상상을, 꿈을 현실로 이루어주는 힘이 바로 철도과학기술이다.

30년 전, 전화선이 없는 휴대전화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미래 철도에는 레일도 없고 전력을 공급받는 전차선도 없다. 그리 먼 미래가 아니라 3, 4년 후의 모습이다. 무가선 하이브리드 저상트램은 친환경성과 함께 도시의 미관까지 고려한 미래 퓨전형 철도다.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 없이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를 사용하므로 대기오염이 제로다. 안내선을 따라 일반 도로 위를 달린다. 버스 승강장처럼 30cm의 블록만 있으면 승하차가 가능해 역건물이 필요없다. 이미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신교통수단으로 선정됐으며 개발차량을 박람회장에서 운행할 예정이다.

KTX 덕분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시간이 서울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는 시간보다 더 빠를 때가 있다. 가끔은 전국 반나절 생활권인 우리 국토가 너무 좁게 느껴지기도 한다. 끊어졌던 철길이 다시 이어지고 상상 속의 속도가 현실이 되면 철도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우리 생활 속 깊숙한 곳에서 이뤄짐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철도는 시간과 공간의 단축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 친환경성을 더욱 복합적으로 고려한 최첨단 이동수단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최성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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