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장영근]아리랑 1호가 남긴 유언

  • 입력 2008년 1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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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1호 위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1999년 12월 아리랑 1호를 우주궤도에 올려 8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용해 왔다. 미국의 위성제작사 TRW로부터 위성설계 기술을 배워 제작한 한국 최초의 실용급 저궤도위성이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1m급의 고해상도 영상위성 아리랑 2호를 국내 주도로 개발했다. 아리랑 2호는 2006년 7월에 성공적으로 발사해 작년 말부터 공식적으로 상용 판매도 시작했다. 현재는 해상도 0.7m급의 전자광학카메라를 탑재한 아리랑 3호를 국내에서 독자 개발 중이다. 해상도 1m급의 전천후 레이더 영상위성인 아리랑 5호도 개발 중이다.

얼마 전부터 아리랑 1호는 통신이 되지 않았다. 위성과 통신이 되지 않으면 위성의 자세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태양전지판이 태양을 향할 수 없어 전력 생성이 안 되고, 배터리 충전도 못 하므로 위성이 작동할 수 없다.

아리랑 1호 운용 중단의 원인을 놓고 운용자의 실수인지 위성의 노후화에 따른 자연수명 종료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아리랑 위성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아리랑 1호의 통신 중단에 대해 분석 중이다. 아리랑 1호는 설계 수명이 3년임을 감안하면 천수를 누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인공위성의 수명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 지구궤도위성은 크게 정지궤도위성과 저궤도위성으로 구분된다. 정지궤도위성은 적도 상공 3만6000km의 고도에서 지구 자전속도로 돌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면 마치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궁화위성이 정지궤도위성이다. 저궤도위성은 평균 500∼1500km 고도에 위치한다. 지구관측위성, 기상위성이 여기에 속한다. 아리랑위성이 대표적이다.

정지궤도위성은 탑재 연료량에 따라 수명이 결정된다. 위치 유지에 많은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성능의 전기추진 시스템을 사용해 적은 연료로도 15∼20년의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저궤도위성은 위치 유지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연료가 필요 없다. 아리랑 1호도 발사 초기에 72kg의 연료를 실어 40kg 이상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궤도위성은 우주 환경과 궤도 여건 때문에 전력공급 시스템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저궤도위성은 배터리의 충전 및 방전을 연간 5000회 이상 하나 정지궤도위성은 연간 100회 정도 한다. 배터리 수명 측면에서 보면 저궤도위성이 훨씬 열악하다.

운용자의 명령 실수이든, 위성의 노후화에 따른 것이든 피시본(fishbone) 해석을 통해 위성 운용 중단에 대한 모든 시나리오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비록 천수를 다했다 해도 인적 실수라면 다른 고가의 위성 운용에서는 유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 운용자는 반복되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항상 긴장감을 갖고 위성을 운용하도록 해야 한다. 어디 인공위성이 싸구려 장치인가.

최근 전자소자 및 재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위성의 수명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아리랑위성의 경우 최고가인 우주급의 소자 및 재료를 사용해 제작한다. 그래서 개발비도 엄청나다. 아리랑위성 1기 개발에 2000억∼3000억 원이 든다. 고가인 만큼 운용 수명도 길어져야 한다. 아리랑 1호의 수명을 기반으로 후속 위성에서는 설계수명을 대폭 늘리고 위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 많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효율성, 경제성 등을 고려해서 위성을 개발하고 운용해야 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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