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서유헌]뇌 연구, 국가가 나서라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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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인간의 실체를 표현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창조물은 뇌에 의해서만 실체를 표현한다. 이는 뇌의 구조에 좌우된다. 뇌의 구조는 창조물과 창조물, 인간과 인간에 따라 다르다. 뇌의 차이에 의해 인간의 능력, 즉 지능, 공부하는 능력, 적성, 감성 행동이 다르다. 나는 뇌이며 뇌가 나인 셈이다.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천재성은 물론 영화 ‘양들의 침묵’이나 ‘미스터 브룩스’에서 볼 수 있는 연쇄살인자의 살인충동도 두뇌의 특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뇌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이 인류 최고의 과학 천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입체 공간적인 과학적 기능을 하는 마루엽(두정엽)이 아주 잘 발달했기 때문이어서 그를 ‘마루엽 천재’라 부르게 됐다. 연쇄살인자는 이마엽(전두엽)에 있는, 폭력성을 억제하는 ‘세로토닌’ 신경전달물질계의 결핍으로 저항할 수 없는 폭력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렇듯 인간을 좌우하는 뇌에 관한 연구는 21세기 첨단과학의 최전선이자 융합학문의 가장 대표적인 분야이다. 생체의 마지막 신비를 밝히는 연구 분야로 수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는 물론 의학 공학 인지과학 철학 심리학 언어학 교육학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뇌의 신비를 밝힌다.

이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 규명은 물론 인간이 갖는 물리적, 정신적 기능성의 전반을 심층적으로 탐구하여 교육 혁명을 추구할 수 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을 제조하여 미래 인류사회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뇌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뇌의 특성에 따라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의 교육은 지금까지 뇌를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 뇌가 발달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을 질 수 있으려면 최소 20년의 세월이 필요한데, 우리는 초등학생 때부터 뇌 발달에 맞지 않는 대학입시 준비 교육을 시킨다.

또 모든 뇌 부위는 한꺼번에, 같이 발달하지 않고 나이에 따라 발달하는 속도가 다르므로 뇌 발달에 맞는 적절한 교육(적기교육)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언어의 뇌인 관자엽(측두엽)은 6∼12세(초등학교)에 가장 빠르게 발달하므로 영어교육은 초등학생 때 본격적으로 하는 것이 좋은데, 무조건 더 일찍(조기교육) 많이(양적 교육) 강제적으로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한다.

가늘고 엉성하게 연결된 미성숙 회로에 과잉 전류(과잉 조기교육)를 흘려 보내면 과부하 때문에 불이 나듯이 ‘과잉학습장애증후군’이나 ‘소아정신정서장애’가 나타나 귀중한 우리 아이의 뇌 발달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선진국은 다양한 방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뇌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뇌 연구 10년 법(Decade of the Brain)’ ‘뇌의 세기법(Century of the Brain)’ 등을 마련해 정책적 지원과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한다. 이에 따른 국제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아직도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뇌 질환이 인류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미래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인식되는 치매 환자는 한국에서도 등록된 암 환자 수를 초과했다. 고령사회에서는 85세 이상 고령자의 50% 이상이 치매를 앓을 것으로 예측되므로 뇌 질환의 극복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뇌 연구에 대한 지원 확대 및 연구 분야 확장은 한국이 과학 선진국으로서 세계적인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 필수적이다. 뇌 연구가 미래 국가발전의 큰 성장동력으로 이어지려면 국가적인 뇌 연구원을 하루빨리 설립해 연구를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인지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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