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삶/도완녀]첩첩산중에 꽃피는 행복

입력 2006-04-25 03:03수정 2009-10-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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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겨울을 견딘 대지는 생명의 찬란함을 함성으로 노래한다. 귀 기울이면 새는 새대로 개구리는 개구리대로 소리 내어 새 생명을 찾는 몸짓이 분주하다. 알을 낳은 놈들도 있다.

아직 강원도 정선의 산골에는 얼음과 눈이 여기저기 겨울을 털어내고 있다. 며칠 전에도 이틀간 눈이 왔다. 5월에도 눈이 오는 첩첩산중의 시골이다. 하지만 요즘은 여기도 봄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자기 몸의 200배가 넘는 흙의 무게를 헤치고 나온 머위는 아직도 흙을 안고 있다. 동의나물, 꽃다지, 별꽃, 달래가 무리지어 있다. 나는 달래 두 줄기를 뽑는다. “된장찌개에 넣어 먹어야지, 히히히.” 혼자 웃으며 주머니에 넣는다.

뒷산으로 올라가 가슴 가득 산의 향기를 먹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름 모를 풀들이 나를 반긴다. 더불어 살고 있음을 느낀다. 얼핏 보라색이 보인다. 작디작은 오랑캐꽃이다. 작은 꽃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모습이다. “이토록 작은 꽃도 최선을 다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코끝이 찡하면서 가슴이 짠해진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사실이 새삼 감격스러워진다. 죽음은 곧 삶의 시작이라는 진리 속에서 ‘질량 불변의 법칙’을 배운다. 불교 교리를 전혀 모르는 나에게 남편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던 ‘사성제’가 문득 떠오른다. 고집멸도(苦集滅道). 고통은 모이기 마련이며 모인 것은 없어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도, 즉 진리이다. 나는 이 진리를 행복에 대입해 본다. 행집멸도(幸集滅道). 행복도 모이며 모인 것은 없어진다는 것이 진리이다.

그렇다면 행복도, 고통도 머무는 바가 없구나. 그저 아침, 낮, 저녁처럼 순환되는 사이클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편안하게 감싸 안을 용기가 생긴다.

‘메주와 첼리스트’(www.mecell.co.kr)라는 브랜드로 된장, 청국장을 만들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어려운 일들이 왜 없으랴. 참기 어려운 고통이 내게 올 때마다 나는 없어질 고통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

이 고통이 한 달에 끝날 것인지, 아니면 3년에 끝날 것인지를 바라보고 고통이 지나가는 동안 최선을 다해 고통을 보듬는다. 그러면 일상사의 한 부분처럼, 친구처럼 잘 지낼 수가 있다. 물론 더 긴 기다림도 있다. 산골 생활이라는 것은 육체노동을 기본으로 한다. 고단하게 일한 뒤 오는 적당한 피로감이 잡념 없는 잠자리를 제공한다. 모기도 없는 해발 650m의 청정한 산골에서 살며 흙냄새가 나의 정신을 살찌우고 평화를 얻는 생활이다. 항상 더 바랄 것이 없는 환경이다.

도시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 도시에 있는 친구들은 묻는다. “네가 일하는 것을 보면 숨이 차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나에겐 꿈이 있거든. 내가 조금 더 일하여 얻는 이득을 모아 명상센터를 만들려고 해. 그래서 지친 사람들을 이 산골로 초대해서 내가 느끼는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어.”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에너지를 만든다. 자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행복을 준다. 주되 주는 마음 없이.

도완녀 ‘메주와 첼리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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