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강성구/당뇨병, 생활습관 치료부터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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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결혼을 앞둔 20대 후반 여성이 종합검진을 통해 당뇨를 발견하고 진료실을 찾은 적이 있다. 신부와 그 어머니는 깊은 절망감을 보이며 결혼이 가능한지, 설령 결혼을 하더라도 임신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물었다. 무척이나 불안해 하는 표정이었다.

당뇨라고 하면 사람들은 ‘이제 다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남의 얘기로만 들었을 때는 그저 그렇다가 막상 자신이나 가족에게 닥치면 청천벽력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특히 당뇨병이라면 맘대로 먹지도 못하고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더욱이 자식에게까지 유전된다니 부모로서 자식에게 못할 노릇까지 하게 된다는 생각에 환자들의 심정은 하나같이 절망감으로 가득하다.

정확히 얘기하면 당뇨병은 완치되지는 않는다. 관리에 소홀하면 신경병증, 신장병증, 망막증의 미세혈관 합병증 외에 동맥경화로 인한 뇌중풍이나 심근경색, 말초혈관질환 등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등 무서운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혈당관리에 최선을 다하면 합병증에 대한 불안감 없이 일반인과 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당뇨병은 치료 개념보다 평생 혈당을 조절하며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환자와 그 가족의 마음가짐이 그 어떤 질환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말 그대로 ‘생각을 바꾸면 삶이 바뀌는’ 것이다. 혈당관리를 위해 식사를 조절하고 몸 상태에 맞는 적절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생활습관병(성인병)을 예방하는 길이다. 따라서 이를 온 가족이 함께 실천하는 것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오랜 진료 경험으로 보아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근거로 처방된 먹는 약이나 인슐린을 통해 혈당을 관리하면서 식사조절과 운동요법 등 생활습관의 변화를 동시에 시도할 경우 가장 긍정적인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당연히 합병증에 대한 걱정도 거의 없었다. 자칫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매달리다가는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고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습관을 매일 지킨다는 것은 환자에게는 매우 불편하며 때로는 고통을 주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생활화되면 발병 이전보다 더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환자에게는 병의 본질과 치료법을 몰라서 생기게 되는 불안과 낭비, 태만을 이기고 자기 몸을 관리할 수 있는 지식을 얻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는 지시와 처방을 해줄 수는 있지만 정작 자기 몸과 병을 관리하는 것은 환자 자신이다. 당뇨 발견을 자신의 건강을 돌이켜보는 기회로 삼아 이제까지의 생활습관에서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를 개선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당뇨병은 결코 인생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 없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최근 ‘당뇨야 놀자’라는 구호를 만들어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구호에서처럼 당뇨를 병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로 삼아 즐길 수 있다면 건강은 물론 행복한 삶을 가꿔갈 수 있을 것이다.

강성구 세계당뇨연맹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가톨릭의대 내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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