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 오코노기 마사오]서로 배우고 닮아가야할 韓-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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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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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밴쿠버 올림픽으로 일본인은 한국을 보는 시각이 다시 한 번 달라졌다. 그것은 1988년의 서울올림픽, 2002년의 월드컵과 그 이후의 한류 붐에 이어 일본인에게는 ‘제3의 충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대결이었다. 최근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는 두 선수의 입장이 달라졌지만 말이다. 물론 두 선수의 대결은 연기의 우열이나 개성의 차이와 같은 스포츠에 국한된 이야기다. 하지만 김연아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은 일본 내에서 두 나라의 기업비교나 전략비교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한국이 어떻게 일본의 몇 배에 이르는 메달을 딸 수 있을까’라는 소박한 의문이 일본인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그 좋은 예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보도한 특집 기사였다. ‘삼성을 따라잡아라’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5회 연속 시리즈로 강한 기업의 조건을 심층 보도했다. 획기적인 것은 그 기사에 ‘한국을 따라잡아라’라는 제목이 붙었다는 점이다.

이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쇼크 이후 양국이 처한 상황과 관련이 깊다. 한국은 금융위기를 재빨리 극복한 데 반해 일본 경제는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인들이 정권교체에 건 기대도 크게 빗나갔다.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이 돼버렸다. 앞으로 10년 이후 일본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일본인은 자신의 활력을 회복하고 싶은 것이다. ‘한국을 따라잡아라’라는 것은 ‘한국에서 배워라’라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한국 사회도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기업의 활력을 지탱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쟁이다. 우량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한국의 각 가정이 얼마나 많은 교육비를 부담하고 있는가. 또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계층적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극심한 경쟁에 지친 한국인의 저출산 문제도 일본 못지않다. 아마 한국은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10년 후쯤에는 다시 일본을 모델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병합 100년’을 반성하면서 동시에 좀 더 넓은 역사적 시각으로 되짚어보면 한일 관계는 단지 두 나라의 관계가 아니라 중국을 중심으로 한 3국 관계로 파악해야 한다. 100년 전의 시대상황은 중화제국이 쇠퇴하고 조선왕조가 몰락하는 가운데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이 야심을 갖고 대륙으로 팽창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이는 당시 국제관계의 패턴이기도 했다.

그럼 앞으로의 시대상황은 어떻게 될까. 쇠퇴했던 중국이 세계적인 대국으로 재등장하고 있고 한국도 민주적이고 선진적인 공업국가로 거듭났다. 반면 일본은 1980년대를 정점으로 정체하고 있다. 10년 이내에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다.

최대변수는 북한이다. 평화적 남북통일과 공존체제가 구축되면 ‘통일한국’은 인구 7500만 명의 대국이 된다. 유럽의 어느 대국에도 뒤지지 않는 규모다.

이 같은 가정이 현실화될 때 10∼20년 후의 동아시아에는 동일한 산업구조와 기술수준, 사회체제를 가진 쌍둥이 국가가 존재하게 될 것이다. 좋든 싫든 공동의 이익으로 묶여 있는 두 나라는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국가전략을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다. 한일 간에 상호학습과 상호수렴의 시대가 찾아온 것 같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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