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호열]원칙 앞세운 전략으로 남북관계 주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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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 최후통첩 시한을 불과 2시간 앞두고 남북한이 고위급 접촉에 합의했다. 양측은 밤샘 협의를 통해 현안 해결뿐만 아니라 향후 남북관계 발전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나 협상구도가 당장의 현안 위기는 봉합할 수 있겠지만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통일을 위한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인지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대남 도발을 감행하고, 이를 유야무야 협상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를 통해 보상을 얻어낸 후 또다시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도발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북한은 실제 도발이나 또는 위협만으로도 남한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수령의 권위를 강화하고 체제를 결속하는 데 이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북한은 우리 측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하여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자 예의 벼랑 끝 전술로 나왔던 것이다.

다만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국내외에서 호언장담하며 위협을 서슴지 않던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유화적 자세를 취한 데는 상황 자체가 북한의 계산과는 너무도 다르게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우리 군 현장 지휘관들에게 ‘선 조치 후 보고’를 군 최고 통수권자의 대응 지침으로 분명히 하달하였다. 이 같은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은 국방부 장관의 단호한 응징 조치로 구체화되었고 이는 우리 군뿐만 아니라 한미연합 방위체제를 신속히 북한의 도발을 격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강화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과 잘못된 악습은 환경과 경험의 산물이다. 북한이 위협하면 북한보다 잃을 게 많다는 이유로 주저하고 소극적이고 유화적인 자세로 일관하다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당하기 일쑤였다. 이를 정당화하기에 급급하던 모습은 패배주의적 발상이고 전략적이지도 못했다.

북한과 같은 수령독재, 일당독재, 전체주의적 체제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실체적 진실과 전략적 목표를 분명히 파악하여야 한다.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양대 축은 무자비한 억압통제와 황당한 선전선동이다. 김정은 체제의 폭압적인 공포통치 방식은 그들 체제의 도덕적 기반을 문명국가의 그것과 비교하거나 유추할 수 없게 하는 요소이다. 아울러 그들의 선전선동은 내부적으로는 그들 체제가 가장 우월하다고 믿게 하고 그들의 지도자를 절세 영웅으로 우상화하는 데서 비롯되지만 대외적으로 그들의 위력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그들의 거짓 주장을 사실로 혼동할 수 있도록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잉 충성 맹동주의자들이 나타나고 그들 선전에 놀아나는 쓸모 있는 바보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폐쇄적이고 폭압적인 북한 체제는 기만전술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상대함에 있어 원칙에 충실하되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북핵 불용, 도발 불용이란 대원칙하에 대화와 교류협력을 전략적 수단으로 다양하게 전개하여야 한다. 그동안 대화와 교류협력을 남북관계 운영의 원칙으로 착각하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다 부지불식간에 잘못된 악습이 일반화되었다. 원칙을 고수하려는 강력한 의지와 이를 관철할 수 있는 역량을 극대화하고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구도가 이심전심으로 우리 민군관 사이에 공유되고 동맹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굳건한 신뢰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원칙#전략#남북관계#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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