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영우]식민사관 극복, 역사의 광복 이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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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릴레이 제언<중>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
8·15 때 짚신을 신고 6·25 때 거리에서 땅콩을 팔았던 내 경험으로 보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천지개벽에 가깝다. 특히 경제 발전과 민주화의 진전은 기적처럼 보이지만, 전통적 선비문화의 잠재력이 서양문화와 접목된 결과라고 본다. 치열한 교육열, 근면성, 홍익인간의 공동체 정신과 애국심, 신바람의 역동성을 가진 우리 국민의 승리이다. 이렇게 광복 70년은 자랑스러운 성공의 역사이지만, 미완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역사의 광복, 일본의 군국주의 행보, 남북 분단과 심각한 사회 갈등이 그것이다.

역사의 광복은 ‘광복’의 뜻에 맞게 역사를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광복은 ‘해방’과 다르다. 일제와 봉건제에서 동시에 벗어나서 사회주의로 가는 것이 해방이다. 광복은 주권 회복뿐만 아니라 식민사관과 일제 잔재를 극복하여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하자는 뜻인데 ‘국호’(대한민국), ‘국기’(태극기)에서는 광복이 이루어졌으나 식민사관의 극복은 아직도 요원하다.

‘대한’은 최초의 근대국가 대한제국이 삼국의 영토를 통합한 대국을 세운다는 뜻이고, ‘민국’은 조선 후기부터 양반국가를 백성국가로 바꾼다는 것으로, 대한제국이 이를 계승하여 국가 목표로 삼았다. ‘태극기’도 조선시대 국가를 상징하던 깃발을 개화기와 대한제국에서 국기로 정했다. 3·1운동 때 온 국민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 독립’을 외친 이유가 여기에 있었고, 임시정부의 국호가 ‘대한민국’이 된 것도 그 전통을 계승한 것이며, 이를 다시 계승한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국시에는 이런 정통성이 담겨 있고, 자유민주주의에 홍익인간 이념을 접목시켰다. 한국은 유엔에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광복의 큰 뜻을 모르고, 아직도 식민사관을 따라 망국 이전의 역사를 부끄럽게 여기고 일본이 은혜를 베푼 것처럼 오해하거나 전통을 봉건적 잔재로 치부하고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를 마치 반동의 역사인 양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은 모두 광복의 참뜻을 모르는 잘못된 역사인식이다.

과거의 침략을 애써 외면하고 군국주의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행보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평화를 뒤흔들 핵폭탄 이상의 위험성을 띠고 있다. 진정 평화와 인권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시대착오적 행보를 어떤 이유로든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 군국주의는 뿌리 깊은 ‘칼 문화’에서 연유하므로 나치보다도 더 위험하고 지속적임을 세계인들은 알아야 한다. 다만, 선량한 일본 국민과의 교류는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남북 분단의 근본 원인도 일제가 제공한 것이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족적 불행이요, 수치다. 통일의 큰 길은 남북이 모두 변화하는 것인데, 북한은 경제와 인권의 낙후성에서 이미 체제의 정당성을 잃었다. 핵무기를 내려놓고 중국 수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남한과 손잡고 민족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큰 길을 가야 한다.

월등한 경제력을 가진 남한의 행보도 장밋빛만은 아니다. 계층 갈등과 지역 갈등에다 지도층의 도덕적 불감증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정치 불신이 높다는 것은 민주주의 후진국임을 말해준다. 소통, 통합, 도덕성은 민주주의의 필수요건이다. 이 문제를 외면하면 통일의 동력도 힘을 잃을 것이다. 모든 변화는 우리가 먼저 하는 것이 순서이다. 내 몸이 건강해야 남을 걱정하고 탓할 수 있다. 통일된 한국이 이웃 나라와 평화와 행복을 함께 나눌 때 광복은 완성될 것이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
#식민사관#극복#역사의 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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