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형중]허(虛) 찌른 1000만원대 北무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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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김형중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인천 백령도와 경기 파주에 추락한 북한의 정찰용 무인기(드론)는 상당히 조악하다.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지 못한 것만 봐도 그 수준이 국내 동호인들이 사용하는 장난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호인들은 원격에서 목표 지점을 직접 보며 일인칭 시점(FPV) 무인기를 실시간으로 조종한다. 만일 북한이 그런 수준의 드론을 테러용으로 보냈더라면 정말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에 카메라와 송신기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원격 조종은 불가능하다. 참고로 원격 조종에는 조종자가 마치 비행기에 탄 것처럼 비행기 정보를 보여주는 스크린 표시장치인 OSD가 필수적이다. OSD는 현장 비디오와 함께 항법 정보, 배터리 상태 등 중요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화면에 보여준다. 마치 게임하듯 가고 싶은 곳에 가서 보고 싶은 것을 다 볼 수 있다. 국내 동호인들이 하고 싶어도 항공법과 전파법의 제약 때문에 못한다.

이번 북한 무인기의 영상 해상도가 다소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서울 일원에는 고층건물이나 산악지형이 많아 저공비행을 할 경우 충돌 위험이 높다. 저공으로 목표물에 가까이 접근하게 하려면 실시간 원격 조종 또는 고도의 항체 자세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에는 이 기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유류센서 정보도 활용하지 못했다. 카메라 렌즈 조절도 하지 않았다. 그냥 정해진 심도로만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해상도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항체의 자세제어 수준도 매우 낮았다. 자세제어가 잘되어야 고도를 낮췄다 높이고, 사진을 찍기 좋은 위치에서 각도를 유지할 수 있고, 장애물도 피할 수 있다.

이번 북한의 드론에 사용된 프로그램 기반 자동항법 기능만으로는 목표에 정확히 접근하기 어렵다. 사전에 입력한 대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운항 중 현장 상황이 변해도 즉시 대처할 수 없다. 연료가 소진돼 추락한 백령도 무인기가 그런 점을 잘 입증해준다. 드론은 분명히 미리 정해준 좌표를 따라 움직였을 것이다. 그런데 강한 해풍의 영향으로 연료를 예상보다 많이 소모했지만 사전에 입력된 경로만 충실히 따르다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무인항법을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이로스코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그리고 비행제어 컴퓨터를 썼다. 그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 다행이다. GPS를 쓰면 고도 정보도 확보할 수 있다. 자이로센서로 자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정보를 활용해 드론의 자세제어를 정교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잘 못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무인기는 초보적 수준의 정찰 목적에는 적합하지만 정교한 테러용으로 쓰기에는 수준이 낮다. 그러나 폭탄이나 생화학 무기를 청와대 상공에 투하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또 이번에 발견된 것 이후에 제작된 북한의 다른 드론에는 각종 기능이 보강됐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드론에 대한 첩보 수집 노력이 시급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글로벌호크 정도는 돼야 드론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상상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하는 점이다. 수십억, 수백억 원 나가는 고가의 첨단 장비여야만 무인기 운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북한은 겨우 1000만 원대 장비로도 이런 목적을 수행했으니 우리는 전술적으로 완전히 허를 찔린 셈이 됐다.

결론적으로 이번 북한 드론이 남긴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영상정보획득(IMINT) 수준을 알 수 있었다. 둘째, 북한의 드론 수준을 가늠할 단서를 확보했다. 셋째, 우리도 위성이나 첨단 정찰기 외에도 북한처럼 저가(低價)의 드론을 통해 영상정보를 획득하는 전술을 채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테러 대응 방안을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중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정찰용 무인기#북한#드론#테러#O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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