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동구]‘상조회사’ 비리는 對국민 사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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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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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생사의례문화연구원장
강동구 생사의례문화연구원장
상조(相助)회사 비리가 문제가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비리의 질도 나쁘고 내용도 가지가지다. 서민들이 매달 2만, 3만 원씩 장례를 치러 달라고 맡긴 돈을 사업주가 횡령하는 건 예사고 사기, 배임, 해약 거부, 서비스 불이행, 환급금 안 주기나 덜 주기, 무단 휴폐업 등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이다.

사기 횡령 등 부정적 이미지 넘쳐

상조는 대표적인 서민상품이다. 거기다 가장 황망하고 슬플 때 이용하는 서비스다. 사업주는 이를 악용한다. 취약 계층을 상대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한 번 더 뒤통수를 치는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상조 비리가 아무리 판을 쳐도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커녕 소가 없어진지도 모르고 있다.

물론 문제의 핵심은 상조 회사들에 있다. 상조를 마치 남의 돈 가지고 사업하기 좋은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사업자가 많다. 심지어 애초부터 고객 돈 떼먹으려고 사업을 시작한 사업주들도 있다. 얼마 전 경찰에 입건돼 언론에 보도된 한 상조회사는 운영자인 부부의 합산 사기 전과가 무려 수십 건에 달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으로 어쩌다 ‘고양이’가 된 게 아니라 애초부터 ‘생선을 노린’ 고양이였던 것이다.

상조란 말 그대로 어려울 때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우리 민족은 계, 두레 등 상부상조의 문화를 통해 유구한 역사를 이어 왔다. 하지만 최근엔 상조라는 말이 사기, 횡령, 바가지 등 온통 부정적 이미지로 얼룩졌다. 이는 상조회사들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다. 결국 해결책은 상조회사들 스스로가 뼈를 깎는 자구, 자정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 법 이전에 업계 스스로 악덕, 먹튀 상조회사들을 걸러 내고 퇴출시켜야 한다. 고객이 맡긴 상조금 관리, 운영에 대한 엄격한 기준도 만들어야 한다. 상조회사 사업주나 경영진의 상조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자기 돈 들이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라며 상조에 대한 이해나 경영철학 없이 유행처럼 상조 사업에 뛰어든 이가 한둘이 아니다.

고객이 낸 상조 선수금(先受金)은 회사나 사업주가 주먹구구로 써도 되는 돈이 아니라 고객이 잠시 맡긴 돈이다. 양질의 서비스로 되돌려주어야 하는 빚인 것이다. 물론 잘하는 상조회사들도 있다. 하지만 악화가 양화를 내치는 시장이 되면 결국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감독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말로만 ‘법대로’를 외치는 게 능사가 아니다. 공정위 산하 상조공제조합은 공정위 퇴직 관료들의 자리보전용으로 만든 게 아닌 만큼 법(할부거래법 제1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더욱 적극적, 능동적,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악덕 먹튀 업체들 퇴출시켜야

법 자체도 허점이 많다. 무엇보다 예치금을 제외한 선수금의 관리, 운영에 대해 제한이 없는 게 문제다. 비리 사업주가 경영에 복귀해 선수금을 방만하게 운용하다 날려도 출자금에 대한 것 외에 그 이상의 책임이 없다. 또 2014년부터는 선수금에 대한 법정 예치율이 50%로 적용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조회사도 공제조합을 이용하면 20% 정도만 예치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치금 미보전 사업주들에 대한 조사감독도 소극적이고 처벌 규정 자체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최선은 소비자가 나서는 것이다. 상조에 가입한 소비자가 400만 명에 육박한다. 가입자당 4∼8인이 이용한다고 계산하면 전 국민의 반 이상이 가입한 것이나 진배없다. 가입하기 전 상조회사의 재무상태와 사업주의 면면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가입 후라도 항상 관심을 갖고 감시해야 한다.

강동구 생사의례문화연구원장
#상조 비리#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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