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복거일]성폭력 범죄 형량 너무 가볍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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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끔찍한 성폭행 사건들과 ‘묻지 마’ 살인 사건들이 잇달아 나온다. 그런 폭력 범죄들이 빠르게 늘어난 까닭을 밝히기는 무척 어렵다. 근본적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빠른 도시화다. 낯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니, 범죄의 기회가 크게 늘어난다. 익명성과 공동체 의식의 약화는 범죄의 문턱을 낮춘다. 게다가 사람의 마음은 작은 집단 속에 살았던 원시 시대에 다듬어진 터라, 도시 생활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공격적 행태가 나오기 쉽다.

法집행 느슨해져 재범률 높아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회의 도덕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가 침체하면 사람들의 심성이 거칠어진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차츰 낮아지면서 사회적 갈등은 점점 심각해진다. 특히, 거듭된 경제 위기는 실업자들을 늘려서 범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해고된 노동자가 이전 직장에 찾아가 동료들을 마구 죽이는 일은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난다.

인성에 대한 그릇된 이론도 범죄를 늘렸다. 사람의 마음과 행태는 후천적으로 결정된다는 ‘빈 석판(blank slate)’ 이론은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널리 퍼졌다. 우리 사회에서도 범죄는 범인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자리 잡았다. 자연히, 자신의 불운을 사회 탓으로 돌리고 남에게 분풀이하려는 성향이 늘었다. 하지만 미국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의 말대로 “모든 악이 사회의 산물이라는 낭만적 견해는 위험한 정신병자들의 방면을 정당화했고, 그들은 이내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했다”.

이런 견해를 반영해서 사법부의 판결들은 범인들에게 너무 너그럽다. 특히 성폭력 범죄들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폭력 범죄의 재범률이 무척 높다는 사실은 이런 진단을 떠받친다.

근년에 법의 권위가 떨어지고 집행이 느슨해진 것도 큰 요인이다. 범인들은 나름으로 ‘합리적’이어서, 범죄로부터 얻을 물질적 및 심리적 이익과 안게 될 위험을 비교해서 행동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범인이 붙잡혀 무거운 벌을 받을 확률이 아주 낮다.

음주에 대해 너그러운 사회 풍토도 중요한 요인이다. 폭력 범죄와 마약은 깊은 연관이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고 가장 많은 해를 입히는 마약은 세계적으로 알코올이다.

여기에 도시화와 자극적 대중문화의 성장으로 사람들은 점점 큰 성적 자극을 받지만, 성욕을 해결할 길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결혼연령은 늦어지고, 독신들은 늘어나며, 사회의 성적 안전판 노릇을 하는 성매매는 금지되었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전망은 어둡다. 도시화는 이어질 것이고 경제 성장은 점점 느려질 것이고 성적 자극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시원스러운 대책도 나오기 어렵다. 폐쇄회로(CC)TV의 보급이 범죄를 줄이는 데 기여한 것처럼, 기술의 발전은 사정을 좀 낫게 만들 수 있지만 사생활 침해라는 부정적 측면이 따른다.

성폭력범 되도록 오래 격리해야

우선 중요한 것은 묻지 마 범죄와 성폭행 범죄를 구분해서 다뤄야 한다. 전자는 우발적이고 전혀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특히 위협적이다. 대처할 길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성폭행은 상시적 위협이고 피해자들을 더할 나위 없이 비참하게 만드는 범죄다. 실질적으로 줄일 길들도 있다.

먼저, 술을 보다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이것은 어렵지 않으면서 효과는 큰 조치다.

다음엔 성폭력 범죄자들을 되도록 오래 격리해야 한다. 생명의 본질적 부분이므로 성욕은 무엇보다도 강력하다. 따라서 왜곡된 성 충동을 지닌 사람들을 교화하거나 억제할 길은 없다. 마지막으로 경찰은 한정된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살인, 성폭행, 강도, 폭행과 같은 폭력 범죄들과 나머지 범죄들을 구분해서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피해자 없는 범죄’인 성매매 단속보다 성폭력 범죄를 막는 데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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