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정수]한국경제, 성장엔진은 필요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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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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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요즘 주요 대선 후보들의 선거 공약을 보면 불안감을 금할 수가 없다. 기업의 구조적 문제에 관한 대책은 앞다투어 내놓고 있으나 정작 장기적인 경제성장 정책과 비전은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저하가 현저히 보이고 향후 수년간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으로 점쳐지는 이 시점에 활로 모색이 절실하기에 더욱 그렇다.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재벌 오너의 불법 행위 등 경쟁을 저해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규제가 약속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분명 마땅하고 시급한 일이다. 더 나아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고 기업 생태계의 정상화를 도모하며 경쟁에서 낙오한 자들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대책의 논의 또한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려는 노력만으로 과연 경제의 성장기능과 일자리 창출능력이 회복될지 의문이다. 만약 그 과정에서 성장이 부분적으로 희생된다면 과연 성장 없는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까. 더 나아가 유인체계를 고려하지 않는 나눔의 미학을 강조하는 법제도와 규제 도입으로 간단하게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성장도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성장전략에 관해 절실한 부분을 몇 가지 지적해 본다.

우선, 대·중소기업 간 문제 해결에 집착하는 것을 넘어서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종합적 관점의 기업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글로벌화와 정보기술(IT)의 발달 등으로 네트워킹과 규모의 경제의 중요성이 점차 강해지면서 대기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반면에 대응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호 위주의 중소기업정책은 실효성이 약하다. 그보다는 경쟁 촉진,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혁신 성과를 조건으로 하는 연구개발(R&D) 지원정책으로의 전환 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과 협상력을 높여 나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 또한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유리한 기업 환경 조성, 더 나아가 여론에 흔들리는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제거 등을 통해 투자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균형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의 암울한 성장전망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몇 년간 대외경제의 취약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산업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성장전략에서 그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과 규제로 지지부진했던 서비스산업의 선진화 작업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 아울러 혁신 기반의 부품소재산업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의 발전을 유도해 추락하는 제조업 경쟁력을 되찾아야만 한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제고 여부에 달려 있다. 몇 퍼센트 성장을 장담하는 식의 과거 성장정책보다는 기업들의 투자와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업 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해 주는 원칙에 충실한 정책을 펴야 성장과 고용이 보일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 규제강화 기조, 무분별한 복지확대, 고령화의 심화 등 열악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현 시점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달콤하게 하는 정책들을 화려한 수사로 포장해 선물하는 것은 현명한 지도자가 할 역할이 아니다. 국가의 안위와 미래를 고민하고 국민에게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설득할 용기 있는 진정한 리더십이 아쉬운 때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경제#성장엔진#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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