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인해]核해법 제시한 핵안보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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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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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해 고려대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장
안인해 고려대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장
“같이 갑시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 말미에 외친 말이다. 그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나타내기 위해 25일 비무장지대(DMZ)를 처음으로 방문하고 26일 오전 한국외국어대를 찾았다. 연설장에 앉아 있던 나에게는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1차 2010년 워싱턴, 2차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는 ‘핵테러 예방’이었다. 물론 이번 서울 회의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도 다뤘다. ‘핵테러 예방’과 ‘원자력발전소 안전’은 중대한 문제이지만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21세기 인류 사회가 추구해야 할 담대한 구상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월 28, 29일 한국국제정치학회는 ‘글로벌 핵안보 레짐의 형성과 동아시아 핵문제의 전망’이라는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기조 연설자로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핵안보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보수 측은 북한의 핵 보유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며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상호신뢰 구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 측은 북한 핵문제의 악화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 강경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을 보였다. 남북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이 단편적으로 이뤄지기는 했지만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은 오히려 경제발전의 필수적 요구로서 평화적 위성 발사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는 53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수장이 함께 모여 유엔총회 다음으로 대규모 정상 간 다자협력체가 구성됐다. 한국은 양자 정상회담 23회, 국무총리회담 9회, 외교장관회담 12회 등에 참석해 명실상부한 국제회의 주도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에서 얻은 경제 측면에서의 발언권에 이어 한국은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주도권을 내보이고 있다.

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종료하며 만장일치로 채택한 서울 코뮈니케(정상선언문)는 개정된 핵물질방호협약(CPPNM)이 2014년까지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을 명시했다. 이번 회의에서 2010년 미국과 러시아 등이 약속한 바 있는 핵물질 감축량(핵무기 2만 개 분량)과 실제 감축량(핵무기 3000개 분량) 등 과거 성과는 부각됐지만 향후 추가 핵물질 감축량은 제시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또한 핵물질 감축 등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각국의 자발적 이행 약속에만 의존해야 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우려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핵물질을 더 감축하라”면서 다른 참가국을 독려한 반면 후진타오 주석은 핵안보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개발도상국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핵물질 감축이 각국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번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핵안보, 핵안전의 중요성을 각인시켰으며, 글로벌 거버넌스로 다자협력을 통한 핵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 각국의 최고 정치지도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회의인 만큼 핵문제를 풀고자 하는 정치적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살려나가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2014년 네덜란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진일보한 ‘핵 공포 없는 세상’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인해 고려대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장
#시론#안인해#핵안보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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