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선태]특성화高 현장실습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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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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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평생직업교육연구실장
김선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평생직업교육연구실장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국부(國富)에서 인적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88%로 천연자원이 풍부한 미국과 캐나다의 50% 정도에 비해 매우 높다. 우리 경제가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결국 인재개발 전략뿐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최근 특성화고를 산업수요 맞춤형 인력양성기관으로 집중 육성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 선호로 중소기업은 기능인력 구인난을 겪고, 대학 졸업자는 구직난에 직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청년실업 문제 및 하향 취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졸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고졸 취업률 제고를 위한 고졸자의 역량 및 현장실습 강화가 선결조건이다.

1973년부터 산업체 현장실습이 특성화고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산업인력 양성,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현장 적응력 제고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우선 산업체 측면에서는 산학협력교육이 아닌 부족 인력 확보 기회로 인식해 단순 반복 업무와 허드렛일을 배정한다는 점이다. 현장실습생 보수의 비현실성, 현장실습 중 발생하는 인명 사고 및 물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의 불분명함 등도 문제다. 하지만 학생들은 실습업체에 정식 채용되기 위해 이런 문제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 측면에서는 괜찮은 실습처 확보의 어려움, 현장실습생 순회지도를 위한 예산 부족, 업무 부담, 현장실습 관여의 어려움 등으로 관리가 소홀한 편이다. 정부 측면에서는 ‘현장실습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조건의 이행 여부를 감독하는 데 소홀하고, 현장실습 업체에 필요한 교육비용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지적되자 정부는 2006년 졸업 뒤 취업이 보장된 산업체로만 현장실습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2008년 현장실습 운영 재량권이 시도 및 단위 학교장에게 주어지면서 문제 소지가 있는 현장실습보다는 진학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더욱 낮아졌다.

현장실습은 학교 교육이 지닌 현장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기간 산업체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의 적용을 통해 산업체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학교와 기업이 공동으로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현장실습생은 근로자라기보다는 학생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학교는 현장실습생을 거의 취업생으로 여기고, 기업 역시 저렴한 일꾼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기업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현장실습은 기간제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학교와 공동으로 우수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체계적으로 현장실습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당 기업에 맞는 실습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담당 부서와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실습 업체의 현장실습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재료비, 보험료 등의 교육비용을 지원하고, 우수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또 학교 당국은 학생들이 현장실습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함양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비근로자로서 갖추어야 할 인성과 근로관을 심어주어 실습 기간 현장실무능력을 적극 기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끝으로 관계 정부당국에 근로제한시간을 넘겼을 경우 근로기준법에 준해 고용주를 제재하는 방안, 취업을 전제로 한 인턴실습생의 경우 근로자로 인정하는 방안, 현장실습 중 발생한 손해에 대해 손해보험을 적용하는 방안 등에 대한 조속한 대안 마련을 건의한다.

김선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평생직업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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