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윤형섭/민족불멸의 신화를 위하여

  • 입력 1998년 12월 27일 19시 38분


우리 민족,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잔인무도한 현장, 동북아의 그 험악했던 바닥에서 어쩌면 그렇게도 수천년을 견뎌낼 수 있었단 말인가. 지난 4천여년 동안 크고 작은 모든 국지전을 합쳐 무려 1천여회 이상의 외침을 당하면서도 오늘까지 살아 남은 민족이다. 영토가 위축되는 아픔은 있었지만 그래도 1천수백년을 통일민족으로 견뎌왔던 기적같은 민족이다.

▼강인한 생존력 발휘를▼

7세기초 수나라의 1백만대군이 몇차례씩이나 침공해 왔던 일, 그후 당나라 10만 대군의 내침, 11세기 거란에 의한 전후 세차례에 걸친 30여년간의 침입, 13세기 몽골에 의한 일곱차례에 걸친 40여년간의 침략,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우리민족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단절시키지는 못했다. 조선시대 7년간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강인한 민족의 생명력이 일제 35년을 견뎌냈고 외세에 의한 오늘의 민족분단 앞에서도 우리로 하여금 민족의 재결합, 단일민족국가로의 복귀를 확신케하고 있으며 그 준비작업을 서두르게 하고 있다. 단일민족으로서의 의식과 언어, 문화와 생활양식이 존속하는 한, 그리고 그것이 민족주체의식의 바탕이 되어 살아 움직이는 한,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은 영원불멸하다.

지난 수천년 동안 지구상에서 명멸했던 수많은 민족을 회상할 때, 특히 집시의 애절한 멜로디가 우리들 가슴속에 젖어들 때, 이제는 거의 멸족이 되어버린 아메리칸 인디언의 서글픈 보호구역을 돌아볼 때, 혹은 놀랄 만큼 찬란했던 마야 또는 잉카문명의 주인 잃은 유적을 볼 때 우리는 언제나 우리 민족의 끊임없는 생존에 대하여 감격과 긍지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 감격과 긍지가 우리 민족의 내일을 열어가는 저력이다.

무인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작년 이맘때를 회상해 보라. 국가 부도의 위기 앞에서 우리 국민이 겪었던 참담함과 수치심은 필설로 다할 길 없다.

우리 국민 모두가 외국 금융자본의 영원한 노예로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처절함과 울분으로 견딜 수 없었다. 우리 민족은 IMF사태를 맞아 그렇게 금년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1년간의 악전고투끝에 이제는 서서히 어둠을 몰아내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저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이 지구상의 어느 민족이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고 해서 각자 장롱 속에 숨겨두었던 금붙이를 들고 나와 연일 은행 앞에 장사진을 친단 말인가. 참으로 온 세계를 놀라게 했던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놀랍게도 IMF 차입금 중 1차 만기분인 28억달러를 최근에 상환한 바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지난해의 27위에서 2위로, 외환보유고는 13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고 한다. 원―달러 환율만 하더라도 금년 1월에는 2천원을 상회할까봐 가슴을 죄었는데 지금은 도리어 1천2백원대가 무너질까봐 가슴을 죄고 있다.

프랑스 경제전문지‘라 트리뷴’은 한국의 통화가치가 한때 50%까지 하락하더니 요즘은 그 폭이 25%까지 좁혀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소기업체의 대부분이 내년 3·4분기 이후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며 스스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밖에도 최근 월드리서치사의 조사에 의하면 전국 성인남녀의 73%가 10년후에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처럼 낙관적인 전망이 아무리 우세하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 도처에 부정적인 요인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국민 대화합-협력할 때▼

특히 새해에도 계속될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거품빼기 등이 실업자를 양산하고, 행여나 그것이 정치권의 극한 대결 및 지각변동과 맞물릴 경우에는 사회 정치적 불안이 확산될 위험이 크다. 그리하여 불법과 부정, 폭력과 무질서, 분열과 부패가 다시 난무하게 된다면 우리는 좌절과 실의의 늪에 아주 빠져들게 될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새해 기묘년을 바라보며 우리는 오직 자유롭고 정의로우며 효율이 극대화된 나라, 그리하여 한민족이 하나로 살 수 있는 나라를 건설하는 일, 바로 그것을 위해서 민족 내부의 대화합과 협력으로 이땅 위에 다시한번 민족불멸의 신화를 더욱 극명하게 새겨놓아야 할 것이다. 통일민족으로의 복귀와 민족의 불멸, 그것은 우리들의 과업이요 신앙이다.

윤형섭<전건국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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