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노인-자전거, 교통 사망 ‘3대 요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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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11> 올 상반기 교통사고 유형분석


5월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둔내터널 근처에서 고속버스가 앞서가던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당시 버스 속도는 시속 92km. 승합차는 종잇장처럼 찌그러졌고 노인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버스운전사의 졸음운전 탓이었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영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18명이 숨졌다. 지난해에는 8명이었다. 전체 고속도로 사망자가 지난해보다 24명 줄었는데 영동고속도로는 10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총연장 416.1km로 가장 긴 경부고속도로 사망자도 17명이었다. 영동고속도로는 234.4km다.

○ 휴가철 ‘마(魔)의 도로’ 비상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나들목 근처에서 발생한 광역급행버스 추돌사고 현장. 올들어 전체 고속도로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줄었지만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에서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동아일보DB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나들목 근처에서 발생한 광역급행버스 추돌사고 현장. 올들어 전체 고속도로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줄었지만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에서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동아일보DB
영동고속도로는 구조적으로 운전이 쉽지 않다. 지형적 특성 탓에 곡선이 심하고 높낮이가 가파른 구간이 많아서다.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대비해 145.2km에서 벌어지는 개량공사 영향도 크다. 곳곳에서 편도 2개 차로 중 1개를 막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예상하지 못한 서행과 정체가 잦다. 나들이 차량이 가장 많은 도로인 데다 고속버스와 화물차 이용도 많다. 사고 때마다 피해가 큰 이유다. 상반기 영동고속도로 교통사고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8.53명. 지난해(3.31명)의 2배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도로공사는 휴가철을 맞아 교통량이 늘어나자 다음 달 15일까지 개량공사를 중단한다.

29일부터 교통체계도 대폭 바뀐다.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대비해서다. 이날부터 주말과 공휴일 신갈∼여주갈림목 41.4km 구간에서 버스전용차로가 운영된다. 경부고속도로(양재∼신탄진나들목)처럼 1차로에는 버스, 6명 이상 탄 9인승 이상 차량, 긴급차량만 다닐 수 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는 대관령나들목∼강릉갈림목에서 1개 차로가 ‘올림픽 전용차로’로 사용된다.

경부고속도로 사망자도 지난해보다 6명 늘었다. 현재 경부고속도로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유일한 4차로인 영천나들목∼언양갈림목 54.8km 구간도 6차로 확장이 진행 중이다. 부산항과 대구, 울산 등 영남내륙공업지대를 거치는 중요 길목이지만 곡선이 많은 선형에 갑작스러운 차로 수 감소까지 겹쳐 운전하기 까다로운 구간으로 꼽힌다. 수도권에서는 정체가 잦은 상행선 양재나들목, 지하화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구간을 주의해야 한다.

반면 남해·서해안·중앙고속도로의 사망자는 크게 줄었다. 이들 도로는 모두 대도시를 거친다. 공항이나 항만을 끼고 있어 평소 화물차 통행이 많다. 대형 교통사고가 잦아 승용차 운전자에게는 ‘공포의 도로’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 남해·중앙고속도로의 사망자는 각각 3명에 그쳤다. 지난해 10명, 15명과 비교해 큰 변화다. 서해안고속도로도 14명에서 7명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정부는 올 들어 공항, 물류센터, 항만 등을 오가는 대형 사업용 차량의 속도제한장치 해제 여부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 고령자·광주지역 사망자 급증

올 상반기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1885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명(3.8%) 줄었다. 2013년 이후 5년 연속 감소세다. 고속도로를 비롯해 사망사고의 큰 원인이었던 음주운전(45명 감소), 어린이 사고(11명 감소)에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고령자(65세 이상)와 자전거 사고는 각각 24명, 17명 늘었다. 고령자는 보행 중 사망자가 22명이나 늘었다. 전체 고령 교통사고 사망자 중 절반에 육박(49.1%)했다. 자전거 사고로 숨진 사람은 상반기 112명으로 2년 만에 다시 100명을 넘었다. 2014년(132명)부터 이어지던 감소세도 다시 증가세로 바뀌었다. ‘안전모 미착용’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역별로는 인천 대구 울산 경기북부 순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 반면 광주(64명)와 제주(40명)는 각각 77.8%, 37.9% 증가했다. 제주는 인구와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각종 레저활동도 늘어난 탓으로 분석됐다. 광주는 경찰과 지자체의 노력으로 2013년(48명)부터 이어지던 사망자 감소세가 다시 증가세로 바뀌었다. 특히 북구(24명), 광산구(22명)에서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보행 사망자도 2배 넘게 증가한 39명에 달했다.

경찰과 광주시는 갑작스러운 사망자 증가의 원인을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사고별 원인을 분석 중이며 7월부터 도심 내 난폭운전과 무단횡단 등 교통사고 발생 요인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도 “교통안전시설 현황을 분석해 부족한 점을 파악한 뒤 개선책을 찾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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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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