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구자상/‘바다의 도시’ 죽이는 다대포매립

  • 입력 2001년 12월 27일 17시 45분


영화 ‘친구’는 결코 부산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렇게 맹목적으로 부산이 각색되어서는 안 된다. 어색하고 형편없는 경상도 말의 그 영화는 진정 부산을 깔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영화에 나오는 바다 장면은 부산이 ‘바다의 도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 바다를 빼놓고 부산을 말 할 수는 없다. 태종대 암벽 위에 올라서면 그 장쾌 무변한 현해탄이며 물보라를 일으키며 철썩이는 파도는 압권이다. 을숙도에 들어서면 아직도 세상에 남아 있는 ‘천연의 기념물’ 철새들을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백두대간이 우리의 땅을 힘차게 이루고 남해에 마지막 흔적을 남겨 놓은 곳이 다대포 몰운대다. 강의 하구, 다대포의 모래벌판에서 보는 석양은 또 어떠한가. 지치고 꺾여져 가는 세상에서 또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이 곳에 있다.

이렇듯 평화와 화해의 공간인 하구와 바다에 지금 새로운 갈등과 파괴의 기운이 가득 생겨나고 있다. 하구 습지에 대형 다리인 ‘명지대교’ 건설이 계획되어 있고 다대포는 매립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경제와 개발의 이름으로 대형토목사업이 시민의 의사와 합리적 토론이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명지대교’ 건설은 우리나라 최대의 하구 습지를 파괴하는 계획이 될 것이며 ‘다대포매립’은 바다의 도시 부산을 죽이는 작품이 될 것이다. 더구나 여기에 투자되는 거의 모든 자본은 ‘민자’라는 형식의 외래자본이어서 장기적으로 시민에게 큰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부산지역의 대형토목사업은 기형적 도시구조를 만들면서 또한 기형적 경제구조를 재촉하게 될 것이다. 서울 한강에는 32개의 다리가 있지만 유료 다리는 없다. 부산에는 7개의 터널과 도로가 유료다. 공적자원의 왜곡된 분배구조는 도시구조까지도 파괴적으로 만들면서 시민을 더욱 곤궁하게 만들고 있다. 부산 시민은 다대포와 낙동강 하구 습지를 지킬 것이다.

구 자 상(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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