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학생수 늘어난 ‘숲속분교’ 내년 본교 격상 부푼 꿈

  • 입력 2009년 9월 18일 0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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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산초교 북분교 올 17명 입학… 전학생도 늘어

광주 북구 효령동 지산초등학교 북분교는 도심 속의 미니 학교다. 광주시라지만 주변에 논밭이 많아 농촌학교나 다름없다. 4년 전 학생 수가 28명으로 줄면서 분교가 됐지만 지금은 78명으로 늘어 농산어촌(農山漁村) 지역의 본교 기준인 60명을 넘어섰다.

북분교는 지난해 학생이 68명으로 본교인 지산초등학교(67명)를 앞질러 화제가 됐다. 올해도 17명이 입학하고 전학생이 늘어 내년에는 8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본교로 격상되는 꿈에 부풀어 있다. 이런 변화는 북분교만이 갖고 있는 몇 가지 장점 때문이다.

▶본보 2007년 4월 4일자 A14면 보도
[희망이 싹트는 학교]“흙에서 노니 아토피가 없어졌어요”

북분교는 자연 속의 학교다. 아담한 정문을 지나 운동장에 이르는 길은 소나무 숲이다. 봄이면 노란 개나리가 교정을 포근히 감싸고 화단은 분홍색 꽃잔디로 물결을 이룬다. 할미꽃, 민들레, 돌단풍, 붓꽃, 구절초 등 야생화도 지천으로 널려 있다.

학교 측은 4000여 m²의 텃밭을 만들어 배추와 오이, 고구마 등을 아이들에게 직접 가꾸게 해 급식재료로 쓰고 있다. 1주일에 한두 번은 생태숲길 걷기, 야생화 관찰, 천연염색 등 생태체험 학습을 한다. ‘친환경 학교’로 변신하면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하려고 전입학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아이들은 대부분 학원을 다니지 않아 방과 후 학교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뒹굴며 떠들고 놀다 심심하면 운동장이나 텃밭에 나가 흙놀이를 한다.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이라고 해봐야 연극, 과학탐구, 음악 등 몇 개가 되지 않는다. 이것도 배우고 싶은 학생만 참여한다. 생태문화체험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다. 매년 5월 중순 학교에서 가족과 1박 2일 캠프 생활을 하고 가을에는 텃밭에서 나는 감자, 콩, 배추, 쑥갓 등으로 추수 페스티벌을 연다. 겨울에는 마을 주민과 허수아비 만들기, 도자기 굽기, 연날리기를 하며 농촌사랑을 배운다.

김숙희 교감은 “자연의 소중함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 주려는 학부모들의 열성이 학교를 바꿔놓았다”며 “학생 수가 적어 아이들 수준에 맞춰 학습지도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안순일 광주시교육감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농촌학교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결실을 본 첫 사례”라며 “학생을 60명 이상으로 계속 유지하면 본교로 다시 승격시키겠다”고 밝혔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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