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시민회관 ‘관객 눈높이’ 변신

  • 입력 2009년 9월 9일 0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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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바꾸고 이중 방음문… 음향사각지대도 없애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태권V’를 보러 간 기억밖에 없다”(김모 씨·45)

“광복 50주년 기념식 때 와보고 처음이다”(이모 씨·43)

최근 부산시민회관을 찾은 시민에게 시민회관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들이다. 1973년 10월 10일 지역문화의 메신저를 자임하며 문을 연 부산시민회관의 ‘이유 있는 변신’이 눈길을 끈다. 전국 공공문예회관 가운데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변화 없이 안주했던 문화의 산실이 시민과 관객 눈높이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25일 재개관하는 대극장은 그동안 관객들의 불만이 많았던 시야 확보를 최우선으로 했다. 의자는 어깨높이로 낮췄다. 1812석이던 객석을 1606석으로 줄여 의자와 의자 사이의 간격을 넓혔다. 음악공연 때마다 소리를 잡아먹던 천으로 된 의자의 재질도 소리 전달이 좋은 나무로 바꿨다. 객석 출입문도 이중 방음문으로 교체했다. 1, 2층 전시실은 천장을 각각 50cm 높이고, 조명기구도 모두 바꿨다. 전시실은 ‘큰 마을’이란 뜻의 ‘한슬갤러리’로 이름을 붙였다. 시민회관 입구에 쓸모없이 방치됐던 비품창고는 지역작가와 시민의 소통공간인 ‘한슬아트샵’으로 변신했다. 조각 그림 판화 도자기 비즈공예품 북아트 등 모든 예술장르에 걸쳐 지역작가 50여 명의 창작 작품 1만여 점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전문미술인들의 작품 상설 전시관은 물론 서울 인사동이나 홍익대 앞 예술시장과 같은 역할까지 한다. 시민회관이 직영하며 판매액의 80%는 작가들에게 준다.

시민회관은 사실상의 재개관 기념으로 지난달 말 시작한 청년작가공모전을 15일까지 연다. 젊은 작가 4명을 뽑아 마련한 행사다. 25일부터 열흘간은 러시아 볼쇼이 아이스쇼도 예정돼 있다. 시민회관 김진호 공연운영팀장은 “시민회관이 36년 동안 페인트 칠만 한두 번 하는 정도였다”며 “시설은 물론 소프트웨어도 시민의 관점에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051-630-5228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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