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 LG서 4조원 투자하겠다는 마곡 R&D단지 내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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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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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고때 없던 中企용 용지 필요하다며 “절반만 분양” 통보

LG그룹이 4조1414억 원을 들여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조성하려던 융복합연구개발센터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마곡단지 전체 산업지구 가운데 30%에 이르는 용지에 선도기업 신청을 받았지만 당초 공고와 달리 중소기업 유치를 이유로 LG가 신청한 용지의 50%만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 대기업 투자 막는 결과 되나


시는 지난해 10월 28일 마곡지구에 선도기업 입주신청을 받았다. 마곡지구의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융복합산업 분야의 우수한 연구개발(R&D) 기업 30곳에서 우선신청을 받은 것. 시가 우선 공급하기로 한 용지는 전체 산업지구 77만922m²(약 23만3612평) 가운데 30%에 이르는 23만1276m²(약 7만803평)였다.

시의 기대와 달리 신청기업은 LG컨소시엄과 코오롱컨소시엄 두 군데뿐이었다. LG는 전체 공급필지의 99.5%에 이르는 23만192m²(약 6만9755평)에 그룹 전체 차원의 R&D단지를 조성해 마곡단지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신청했고 코오롱은 1962억 원을 들여 공급 필지의 5.1%에 해당하는 1만1729m²(약 3554평) 규모의 연구소 건립을 신청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선도기업 선정과 심사방법 등을 논의했지만 이후 2개월 동안 진전이 없었다. 당초 여러 기업이 신청을 하면 자연스럽게 분양 용지 면적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신청 기업이 두 군데에 그치자 시가 중소기업 등에 분양하려 했던 용지를 제외하고 LG가 신청한 용지의 50%만 분양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것. 김상범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27일 “서울시가 처한 상황을 LG 측과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입장을 바꾸면서 LG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애초 공고문 자체에 신청 범위를 한정한 적도 없는데 이제 와서 신청 용지의 50%만 줄 수 있다고 시가 통보하면서 R&D단지 조성사업 자체가 틀어지게 된 것. LG 관계자는 “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차세대 성장산업의 R&D센터를 조성할 수 있는 용지를 분양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


강서구 주민들은 LG가 그룹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하자 마곡단지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몰리자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서울시의회 김형식 민주당 의원(강서구)은 “원칙 없는 행정이 계속되면 앞으로 대기업이 서울시에 투자하지 않게 될까 봐 더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서울에서 낙후된 강서구 지역에 대기업이 들어온다는데 시가 돕지는 못할망정 왜 발목을 잡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마곡단지 내 나머지 산업지구가 70%나 남아 있는데 LG가 신청한 지역에 중소기업을 받아야겠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는 LG의 투자를 막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LG가 해당 용지 전체를 신청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일단 LG에 신청 용지의 50%를 공급하고 나머지에 다른 기업들을 유치해 시너지 효과를 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애초 계획이 틀어져 LG가 마곡단지 입주 자체를 포기하는 게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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