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켜요 착한운전]통학車 앞지르던 승용차에 8세 초등생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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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강화 ‘세림이法’ 시행 7개월

28일 오후 3시경 경기 평택시 S초등학교 앞에 한 미술학원 차량이 멈췄다. 문이 열리자 박모 군(8)은 친구들에게 인사한 뒤 길을 건너기 위해 차량 앞을 지나 걸어갔다. 그 순간 강모 씨(27)가 몰던 승용차가 박 군을 치었다. 박 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사고가 난 곳은 어린이 보호구역에 있는 주택가 일방통행로였다. 차로 구분이 없는 좁은 도로였다. 강 씨는 정차 중인 학원차량 왼쪽으로 추월하다 사고를 냈다. 박 군이 탔던 미술학원 차량에는 보호자가 없었다. 운전자가 내려 하차지도를 하지도 않았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세림이법)에 따르면 올해부터 도로 위를 운행하는 모든 차량은 어린이나 영유아가 타고 있다는 표시를 단 어린이 통학차량을 앞지르면 안 된다. 또 어린이 통학차량이 승하차를 위해 정차 중일 때 뒤 차량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바로 옆 차로를 달리는 차량도 일단 정지해야 한다. 이어 어린이 안전을 확인하고 서행해야 한다. 이번처럼 중앙선이 없거나 편도 1차로의 좁은 도로에서는 반대 방향에서 오는 차도 어린이 통학차량 주변에 일단 멈춘 뒤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를 낸 운전자 강 씨는 학원차량 뒤에서 멈추기는커녕 통학차량을 추월하려 했고 어린이들이 건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통학차량 주변에서 지켜야 할 ‘일단 멈춤’ 규정을 아는 운전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박 군이 탔던 미술학원 차량은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도 안 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림이법에 따라 어린이 통학차량은 노란색으로 도색하고 경광등과 발판, 후방카메라 등을 설치한 뒤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이미 계도 기간이 끝나 7월 29일부터 단속이 시작됐지만 해당 차량은 학원 이름만 붙였을 뿐 도색조차 하지 않았다. 7월 말 기준 전국의 학원차량 중 신고를 마친 차량은 27.7%에 불과하다. 또 어린이 통학차량에는 반드시 보호자가 동승하고 승하차할 때 자동차에서 내려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박 군이 탔던 미술학원 차량은 15인승 이하라는 이유로 2년간 법 적용이 유예된 상태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여전히 많은 학원이 15인승 이하 차량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2년 유예기간을 둔 것은 아이들 안전을 방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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