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기업 실무자 직접 만나 진로상담… 고교생 참가자와 취업 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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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청년드림 잡페스티벌 & 고양 청년드림 잡콘서트

19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7 GCH 청년드림 잡페스티벌’에서 창업 동아리 학생들이 향초를 만들고 있는 장면. 김천=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19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7 GCH 청년드림 잡페스티벌’에서 창업 동아리 학생들이 향초를 만들고 있는 장면. 김천=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또래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대학 새내기가 된 장정훈 씨(25)는 벌써부터 취업 걱정이 많다. 입학사진을 찍은 지 고작 6개월 남짓 지났지만, 2년제 학과에 다니고 있는 장 씨에게 취업은 당장 코앞에 닥친 일이다. 군복무를 마친 후 학교와 전공을 바꿔 재입학을 한 그는 한창 대학 생활에 빠져 있는 동기들에 비해 마음이 급하다. 얼마 전부터 부랴부랴 인터넷을 통해 취업정보를 찾아보고 있지만 “정보 측면에서 항상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장 씨는 털어놨다.

19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GCH 청년드림 잡페스티벌’은 장 씨의 이 같은 아쉬움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경북보건대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현대모비스, 이마트, 대상, 롯데푸드 등 대기업과 김천지역 내 공공기관 중소기업 등이 참가한 대규모 일자리 박람회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잡페스티벌은 해를 거듭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의 모범 사례로 정착하고 있다. 특히 취업이나 진로 관련 행사가 많지 않은 지역의 특성상 사회 진출을 앞둔 20, 30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장 씨는 “인터넷을 통해 얻는 형식적 정보 외에 기업 실무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취업 정보를 얻은 것은 물론 진로 고민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경북보건대의 특성을 반영해 일반 취업 박람회와 달리 의료 관련 기관이나 업체들의 상담부스가 많은 것도 눈에 띄었다. 경북보건대 3학년 손지훈 씨(23)는 “취업을 앞두고 답답한 부분이 많았는데 실제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면서 “특히 다른 취업 행사와 달리 의료업계 부스들이 많은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한 중소 요양병원 관계자는 “지역의 소규모 병원들은 인력난이 생각보다 심하다”면서 “잡페스티벌이 우리에겐 지역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창구”라고 말했다. 대기업 등 일반 기업 부스에서도 상담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간호학 전공의 한 학생은 “지금껏 의료 쪽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일반 기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진로나 적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취업과 함께 창업을 내세운 공간도 눈에 띄었다. 경북보건대 청년드림캠프관에는 노년층의 컴퓨터 사용을 돕기 위해 개발한 노인용 컴퓨터 돋보기 등 창업동아리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들이 곳곳에 보였다.

지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특강도 돋보였다. 이날 행사장 인근 강의실에선 ‘내 삶을 설계하는 방법’을 주제로 인재채용 전문가의 특강이 진행 중이었다. 신연수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은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GCH 청년드림 잡페스티벌이 청년 구직자들과 기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업과 진로 탐색을 주제로 1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청년드림 잡콘서트 현장. 고양=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취업과 진로 탐색을 주제로 1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청년드림 잡콘서트 현장. 고양=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앞서 1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렸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고양시가 공동 주최하는 청년드림 잡콘서트가 2014년 개막 이래 8회째를 맞았다. 얼핏 다른 취업박람회와 비슷해 보였지만 6개 구역(Zone)으로 나뉜 행사장 안에선 각기 다른 특색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된 ‘진로 토크존’에선 취업을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가 한창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청년 멘토단에게 현장 또는 온라인 채팅창에서 질문을 하면 멘토단이 답변을 하는 방식이었다.

지루하고 무거운 분위기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장에선 멘토단과 관객들 간 한바탕 수다가 벌어졌다. 취업 이야기로 시작한 토크 콘서트는 멘토들의 학창 시절 에피소드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멘토단은 직업이나 직책 대신 ‘너네 언니’같이 친근한 느낌의 별칭을 썼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일반 취업박람회의 콘서트 현장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잡콘서트장을 찾은 최성 고양시장도 본인의 젊은 시절 경험을 이야기하며 “열정을 가지고 꿈을 향해 도전했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참가자들의 직업이나 연령대도 다양했다. 진로 상담 코너에는 20, 30대 취업준비생뿐만 아니라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금융기업 인사 담당자와 마주한 한 고등학생은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데 기존 은행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진 않았냐”며 예상 밖의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경기지역 한 특성화고에 다닌다는 김건기 군(16)은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어서 진로 상담을 받기 위해 잡콘서트를 찾았다”면서 “업종별로 참여 기업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잡콘서트장에는 김 군처럼 진로나 취업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앳된 얼굴의 학생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다음 달 제대를 앞둔 최관용 병장(23)은 “전역이 다가올수록 취업에 대한 불안감도 그만큼 커졌다”면서 “답답한 마음에 박람회를 찾았는데, 취업 정보도 얻고 마음을 다잡게 되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가장 사람이 몰리는 곳은 역시 ‘대기업 공채 상담존’이었다. CJ, LG, 롯데,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 상담 부스 앞에는 어김없이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 취업을 코앞에 둔 준비생들로 면접 노하우나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등 실무적인 질문이 많았다. 인사 담당자들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망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했던 노력이나 본인의 발전 가능성을 담아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신입사원은 스펙이나 노련미보다는 신선함이나 발전 가능성을 더 주의 깊게 살핀다”고 귀띔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백모 씨(25·여)는 “자기소개서나 면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답답함이 조금 해소됐다”고 말했다.

취업 정보보다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말하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8)는 “사실 취업 정보보다는 누군가와 지금 겪고 있는 고민을 나누고 싶었다”면서 “실제 전형 과정에 필요한 정보보다 낙심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계속 도전하라는 한마디 격려가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는 인재 채용의 기회가 됐다. 이날 중소기업들로 꾸려진 현장면접존에서는 채용을 전제로 한 실제 면접이 이뤄졌다. 한 중소기업 담당자는 “오전에만 당장 출근할 수 있다는 지원자가 3명이나 됐다. 좋은 인재를 뽑는 데 어려움이 많은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양시 일자리센터에 따르면 이날 잡콘서트를 찾은 방문객은 약 7000명으로 집계됐다.

고양·김천=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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