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내가 청년 리더]“수백만 명에 좋은 영향 주는 사업이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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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P2P 대출업체 ‘렌딧’ 김성준 대표

최근 서울 중구 렌딧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준 대표는 “2번의 창업 실패를 통해 얻은 것 중 하나는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더라도 수익
 모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돈이 필요한 사람과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을 연결해 주면서도 그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최근 서울 중구 렌딧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준 대표는 “2번의 창업 실패를 통해 얻은 것 중 하나는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더라도 수익 모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돈이 필요한 사람과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을 연결해 주면서도 그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14년 12월 미국에서 사업을 하던 그는 3000만 원을 빌리기 위해 국내 시중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국내 신용 기록이 없어 신용등급이 6등급인 그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서는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대출 가능 금액은 신청 금액의 절반인 1500만 원, 금리는 연 22%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국의 개인 간 거래(P2P) 대출회사인 ‘렌딩클럽’에도 온라인으로 대출 신청을 했다. 7.8%의 이자를 부담하면 돈을 빌릴 수 있었다. 22%와 7.8%의 차이가 궁금해진 그는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석 달 뒤 김성준 대표(31)는 P2P 대출업체 ‘렌딧’을 설립했다. 올해 8월 말 렌딧의 누적 대출액은 200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지금까지 3번 창업을 했는데 모든 창업이 내가 찾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온 과정이었다”며 “국내에는 4, 5등급의 중신용자들이 고를 수 있는 중간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이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 “요청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에게 금융은 낯선 영역이었다. 우선 스탠퍼드대 대학원 졸업생 명단에서 금융권에 근무하는 이들을 찾아 30통 넘게 이메일을 보냈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했다. 두 번째 회사 ‘스타일세즈’를 창업할 때도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 기초 조사를 했다. 처음엔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들에게 연락을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요청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생각을 깼어요. 100명한테 요청해서 한두 명만 답변을 해줘도 전 다른 곳에서 얻기 힘든 정보를 얻을 수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연락하는 걸 어려워하는데 그럴 이유가 전혀 없어요. 제 경험상 10명한테 연락하면 5명 정도는 호의적으로 답변을 해주더라고요.”

신용대출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출심사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필요했다. 김 대표는 삼성화재에서 보험 계리 업무를 담당하던 스탠퍼드대 대학원 동기를 찾아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엔비(Airbnb)를 통해 서울지하철 9호선 노들역 앞에 있는 단독주택의 한 층을 빌려 합숙을 하며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사업성을 확신한 동기, 박성용 렌딧 이사는 결국 지난해 2월 회사를 그만두고 김 대표와 함께 법인을 설립했다.

개인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렌딧은 대출 신청자의 동의를 받고 나이스신용평가에 등록된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을 평가한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도 추가적으로 적용된다. 김 대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심사 모델에 은행보다 훨씬 많은 300가지 데이터가 들어간다”며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이면 머신러닝을 통해 심사 모델의 알고리즘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실리콘밸리 인턴이 가장 잘한 결정”

김 대표는 최근 5년 동안 내린 결정 중 가장 잘한 것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인턴을 꼽았다. 평소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회사가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했던 그는 친구가 웹사이트에 올린 인턴 공고 하나를 발견했다. 스마트TV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였다. 마침 유학을 가기 전 3개월 정도 시간도 비었다. 김 대표는 “그곳에선 부사장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도 인턴이 지적을 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논리적으로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며 “그때의 경험과 인맥이 지금 회사를 운영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렌딧에도 그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매주 목요일마다 1시간 반씩 주제를 정해놓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은 그 시간을 ‘주간 SJ’라고 부른다.

김 대표는 사진 공유 SNS인 핀터레스트로부터의 인수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도 업계에서 유명하다. 핀터레스트에서 만든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던 스타일세즈에 대해 40억 원의 가치를 인정해 줄 테니 주식을 교환하자는 제의를 해왔다. 현재 핀터레스트의 기업 가치는 약 12조 원이다. 그는 “그 당시엔 핀터레스트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결국 하고 싶은 건 사업을 통해 사회적인 영향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렌딧도 결과적으로 이룬 것은 딱히 없어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죠. 렌딧이 사회에 미친 영향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 수준이에요. 제가 꿈꾸는 건 수백만 명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이죠. 그때가 되면 나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성준#p2p#대출업체#렌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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