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서울시 막힌 소통에 떠도는 ‘호국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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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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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여론조사 1위 장소 광화문 광장에 건립 난색… 왜 아닌지 시민에게 말해야

강경석 사회부 기자
강경석 사회부 기자
요즘 서울 광화문광장에 가면 벼가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도시농업 활성화를 내세우며 광화문광장에 벼 모종 상자 1400여 개를 설치했습니다. 광장의 벼는 쨍쨍 내리쬐는 햇볕과 함께 빗물을 흠뻑 먹어가며 올가을 수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가보훈처는 이곳에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영웅들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불꽃’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불꽃시설이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 등 기존 조형물과 어울리지 않고 광화문광장이 조선시대 육조거리였던 점을 들어 호국보훈의 의미보다 역사적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광화문광장에 불꽃시설을 만들자고 제안한 건 보훈처도, 국회도 아닌 국민의 의견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보훈처는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건립 장소로 정했지만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건립 장소를 재검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7∼27일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해 국민 1만2043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했습니다. 조사 결과 광화문광장(3080명), 국립현충원(2976명), 전쟁기념관(2112명), 서울광장(1494명), 국회의사당(1140명), 청계광장(696명), 여의도광장(545명) 순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훈처는 현충시설을 지정할 때 소집하는 현충시설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여론조사 결과 1∼3위를 차지한 3곳을 직접 방문하고 지난해 국회에서 국립현충원을 반려했던 점을 감안해 건립 1순위 후보지로 광화문광장을 결정했습니다. 건립 승인을 요청하는 공식 문서를 시에 보냈지만 시는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10일 정양성 보훈처 차장이 김상범 시 행정1부시장을 만나 불꽃시설을 광화문광장에 짓자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시는 확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 시장은 시민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각종 현안을 추진하면서 시민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하고 있어 호응이 큽니다. 정부 독단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 대국민 여론조사까지 실시해 선정한 불꽃시설 건립 후보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적어도 서울시민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는 게 박 시장의 ‘소통행정’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요.

강경석 사회부 기자 coolup@donga.com
#광화문 광장#호국보훈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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