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민생보다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자리가 중요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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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시의회 의장 첫 만남서 ‘그들만의 이야기’에만 몰두
내용도 쉬쉬 ‘소통행정’ 무색

재선에 성공했지만 여소야대 시의회를 만나게 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오후 허광태 시의회 의장 내정자(민주당)와 처음 만났습니다. 두 사람이 만난 이유는 ‘시의회 사무처장’ 때문이었습니다. 시장과 부시장급을 빼고 가장 높은 직위인 1급 공무원이 임명되는 자리인데 시의회에서는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오 시장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것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물밑에서는 내정자가 평소 시의원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위압적인 자세를 보인 데 따른 불만의 표시라는 말도 돌았고 민주당 의원들이 호남 출신 공무원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시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내정자를 시의회에 보낸 만큼 오히려 시의회에 대한 배려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배경이 어쨌든 서울시와 시의회의 수장이 처음 만난 이유는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던 무상급식이나 한강르네상스가 아니라 ‘시의회 사무처장’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시민들로서는 시의회 사무처장이 뭐하는 자리인지, 얼마나 중요한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을 듯합니다. 그야말로 ‘그들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다들 알다시피 하루가 멀다 하고 정파 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시의회도 정치적 행위를 펼칠 수는 있으나 시민들의 생활과 삶의 질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 곳입니다. 학교 주변의 치안이 불안하고 좋은 일자리는 생기지 않고, 장바구니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마음 편한 날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시의회는 이런 문제가 아닌 시의회 사무처장 자리 때문에 저녁 식사를 겸한 수장의 만남을 마련했습니다.

그나마 이 모임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언론에 제대로 공개도 되지 않았습니다. 서로 소통과 상생을 강조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소통이 있었다면 ‘그들만의’ 소통이지 시민을 향한 소통은 아니었습니다. 서울시민들이 시와 시의회에 가장 바라는 것은 결코 ‘사무처장’ 자리가 아닐 겁니다. 오 시장과 의회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 시의원들은 선거 때 목청 높여 외쳤던 것처럼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시민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해야 할 때입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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