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규제에 갇힌 신도시]<4>안양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비산동 인근 안양천 구간은 안양시에서 관할하는 지방하천으로 2006년 7월 자연형 하천으로 단장돼 시민들의 쉼터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위). 반면 국가하천으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관할하는 석수3동 인근 안양천 구간은 개발 공사가 더디게 진행돼 주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아래). 안양=원대연 기자
비산동 인근 안양천 구간은 안양시에서 관할하는 지방하천으로 2006년 7월 자연형 하천으로 단장돼 시민들의 쉼터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위). 반면 국가하천으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관할하는 석수3동 인근 안양천 구간은 개발 공사가 더디게 진행돼 주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아래). 안양=원대연 기자
폐기물처리시설 증축 추진만 6년… 규제에 막혀 결국 포기

음식물쓰레기 처리용량 포화로 증설 필요한데

군부대 반대로 민간에 年 10억주고 위탁 처리

도심 안양천 관리주체 지자체-국가 이원화로

한쪽은 공원화, 다른 한쪽은 공사 지지부진

《23일 경기 안양시 박달동 폐기물처리장.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30여 명의 직원이 굵은 비를 맞으며 젖은 재활용 폐기물을 일일이 분리하느라 분주했다. 시 청소사업소 관계자는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자동화시설을 갖춘 경기 용인시, 안산시 등의 폐기물처리시설에 비해 안양의 폐기물처리장은 너무 낙후됐다”고 말했다. 인구 64만여 명에 평촌 신도시를 끼고 있는 안양시의 폐기물처리장은 왜 이렇게 낙후됐을까.》

○ 군사보호법 때문에 숙원사업 포기

이 폐기물처리장의 시설 면적은 1689m²(용지 면적 1만1508m²)로 1993년에 지어졌다.

재활용 폐기물의 하루 발생량은 60여 t. 하지만 시설용량이 부족하고 장소가 좁아 하루 처리량이 50t에 그친다. 따라서 적환장에는 폐기물이 산더미같이 쌓이기 일쑤다.

음식폐기물 발생량도 하루 140여 t에 이르지만 처리용량은 100여 t에 불과해 나머지는 민간에 위탁 처리한다. 지난해 시가 민간업체에 지불한 처리비용만 해도 무려 10억 원에 이른다.

낙후된 시설로 악취가 주거지까지 퍼지면서 민원이 잇따르자, 시는 2002년부터 처리시설 증개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인근 군부대 측은 “폐기물시설을 증개축하면 군사시설과 안전거리(960m)가 확보되지 않아 곤란하다”며 “군사시설보호구역법상 연면적 660m²(200평) 이상, 높이 9m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술 더 떠 군 당국은 “폐기물처리시설을 확충하려면 부대 안에 있는 폭발물 저장시설에 ‘이글루’(에스키모의 집 모양으로 된 안전시설)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는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2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자, 6년 동안 추진해 온 폐기물처리시설 확충 계획을 얼마 전 포기한 채 다른 장소를 물색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이원화된 행정으로 주민불만 커져

30일 오전 7시경 경기 안양시 비산동 안양천변.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로 북적이면서 활기가 넘친다. 2006년 7월 오염된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고 자연형 하천으로 말끔히 단장한 뒤 시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2.5km가량 떨어진 옛 도심권인 석수3동의 안양천변은 삭막하다. 자전거 전용도로나 조깅 코스는커녕 하천 개발을 위해 큰 돌들을 늘어놓은 데다 여기저기 물구덩이가 패어 있다.

시민들은 “안양천변이 왜 지역마다 하늘과 땅 차이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한다.

이는 안양천을 관리하는 주체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안양 지역을 흐르는 안양천은 ‘지방하천’과 ‘국가하천’으로 나뉜다.

총길이는 13.04km. 옛 군포교∼안양철교 구간(6.75km)은 경기도가, 안양철교∼기아대교 구간(6.29km)은 국토해양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각각 관할한다.

안양시는 경기도와 협의를 거쳐 2004년 10월∼2006년 7월 지방하천 구간을 자연형 하천으로 말끔히 단장했다. 회색빛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낸 자리에 습지대를 조성하고, 자전거 도로와 조깅 코스를 갖춰 하천 변을 공원화했다.

하지만 국가하천 구간은 2005년 12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현재 43%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늦어지면 2012년 이후에나 마무리된다.

시는 2004년 9월 안양천 전 구간에 대한 실시설계와 환경영향평가를 마쳤다. 하지만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국가하천’은 우리가 개발한다”고 주장하면서 사업이 각각 진행된 것.

이 같은 행정이원화로 시 관련 부서에는 “왜 우리 동네 안양천변에는 조깅 코스,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지 않느냐”는 옛 도심권 주민들의 민원 전화가 자주 걸려 온다.

이들은 “같은 세금을 내고도 지방하천을 끼고 있는 비산동, 평촌동, 호계동에 비해 푸대접을 받는 느낌이 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 盧정부 정책에 맥 풀린 시정(市政)

시는 또 노무현 정부 시절 결정된 정부 투자기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재원 마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안양에는 한국석유공사, 수의과학검역원 등 수도권 주요 도시 중 가장 많은 8개 기관이 있다. 시는 2014년까지 이전하는 이들 기관이 민간기업에 매각돼 아파트가 들어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의과학검역원 등 옛 도심권에 있는 기관이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되면 공동주택으로 개발될 여지가 많아 옛 도심의 기반시설 부족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시는 수의과학검역원을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1530억 원에 이르는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지난해 안양시 예산은 5790억 원(일반회계)으로 검역원을 매입하는 데 연간 예산의 20% 이상을 써야 한다.

시는 정부에 공공기관 매입비용 상환기간을 현행 5년 분납에서 10년으로 연장해 줄 것과 이자 감면을 건의할 계획이다.

시 균형발전기획단 관계자는 “인구 밀도가 전국 3위인 시의 입장에서 이들 기관 중 일부가 아파트로 개발되면 교육, 교통 등 도시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양=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뉴타운 기반시설 정부지원 없어 분양가 상승”

이필운 안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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