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화&사랑]<18>필룩스 조명박물관 노시청 관장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조명을 예술로 키우고 싶어요”

‘용 그림자’ 촛대 등 조명기구 2000점 전시

‘에디슨 조명 스쿨’ 열어 빛 소중함 일깨워

‘필룩스(Feelux) 조명박물관.’

조명기구가 사람의 감성을 키워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문화적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느낌(feel)과 빛을 의미하는 라틴어(lux)를 결합해 이름을 지었다.

경기 양주시 광적면 석우리에 있는 이 박물관은 2004년 9월 노시청(57) 관장이 국내외에서 수집한 조명기구 2000여 점과 예술적 가치가 있는 조명작품 등을 모아 개관했다.

○ 조명의 과거와 미래가 한곳에

박물관의 첫 코너는 동서양의 옛날 조명기구로 이뤄진 전통조명관이다.

서양의 휴대용 전등이나 기름이 적게 흘러나오도록 고안된 전등 등 다양한 기능의 조명도구를 살펴볼 수 있다.

촛불을 켜면 용 모양의 그림자가 생기도록 만들어진 촛대, 초기 서양의 자동차에 부착됐던 자동차용 등이나 자전거에 매달렸던 등도 볼 수 있다.

1887년 3월 아시아 최초로 가로등이 설치됐던 경복궁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근현대조명관도 눈길을 끈다.

감성조명체험관에는 슈퍼마켓, 병원, 학교 등 다양한 공간이 특수조명으로 꾸며져 있다.

차가운 음식이나 공산품을 판매할 때 판매대의 조명이 제품에 맞게 달라지면 소비자 이목을 더 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과목에 따라 조명이 다르게 비춰지는 교실, 환자의 병에 따라 조명이 바뀌는 병실도 체험할 수 있다.

토·일요일에는 조명기구를 만들면서 빛의 소중함과 빛 공해의 유해성을 배우는 ‘에디슨 조명 스쿨’이 열린다. 단체로 예약하면 평일에도 배울 수 있다.

6월 5일 환경의 날 즈음에는 빛 공해를 소재로 한 사진전이 열리고 크리스마스 때는 전 세계의 다양한 양초와 크리스마스 장식용 조명이 전시된다. 올해부터는 빛 공해뿐 아니라 ‘빛과 생명’도 사진전의 소재에 포함시켰다.

국경일과 명절에만 휴관하며 관람료는 없다.

○ 조명으로 문화를 키운다

노 관장은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디자인 경연대회에 자신이 고안한 조명등을 출품해 최고 디자인상을 받았다.

그는 “불 밝히는 ‘도구’가 뛰어난 디자인을 통해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편안함이 강조되는 기능의 조명을 유명 정치인의 침실에 설치해 호평을 들었다.

그는 이를 계기로 국회의사당에 집중력을 키우는 조명을 설치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박물관에서 멈추지 않고 조명으로 예술을 표현할 수 있도록 ‘조명 아트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명이 빛을 밝히는 도구일 뿐 아니라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예술이자 문화의 일부분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신기술로 첨단 조명 제품을 만들어도 국내 업체들의 약속인 ‘기술표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국내 시장에서 팔 수 없는 규제가 있다”며 “이 때문에 해외 업체와 제휴를 맺어야 했고 공장도 해외에 짓는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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