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지자체 순례]<16·끝>서울

  • 입력 2005년 4월 24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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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白建宇) 씨의 연주회가 열렸다. 사람들은 “세계적인 음악가가 문화소외지역인 노원구의 구민회관에 오다니…”라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달인 12월, 이번엔 오페라 가수 조수미(曺秀美) 씨의 공연이 열렸다. 신선한 충격의 연속이었다. 서울의 문화지도가 새로 그려지는 순간들이었다.

서울은 지금 변신 중이다. 교통시스템이 대중교통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고, 도심엔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와 광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도심의 물줄기를 되살리는 청계천 복원 공사도 10월 1일 완공을 앞두고 있다.》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강북 15곳에 녹지와 문화공간을 갖춘 뉴타운이 조성 중이며 시범지구인 길음뉴타운은 지난주부터 일부 입주가 시작됐다.

성동구 뚝섬은 35만 평 규모의 생태 서울숲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리고 한강 노들섬에는 2009년경 대형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 변화는 다양하지만 공통된 기조는 ‘문화’와 ‘녹색’(환경). 서울의 위상에 걸맞은 문화 도시, 녹색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화 서울=서울시가 일차적으로 역점을 두는 것은 문화시설 인프라 구축이다. 지난해 노원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도봉구 창동에 오페라 뮤지컬 공연장 ‘열린극장 창동’이 건립됐고 올해엔 중구 흥인동에 고급 시설의 충무아트홀이 개관됐다. 모두 문화 취약지대에 들어섬으로써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가 확대되었다.

또한 용산구의 대중음악 전용 공연장, 중구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의 국악 전용 공연장 등 시내 곳곳에 크고 작은 공연장을 계속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인프라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2009년경 노들섬에 조성될 서울문화단지. 1500석 규모의 대형 오페라하우스, 2000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홀, 소극장 등으로 꾸며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이나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수준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시설 인프라뿐만 아니라 이를 채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문화예술 단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제공키 위해 지난해 5월 서울문화재단을 출범시켰다. 서울시교향악단 지휘자로 정명훈(鄭明勳) 씨를 영입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시는 올해 1월 남산 기슭에 국내 최초의 애니메이션 전용 상영관인 서울애니시네마를 건립했다. 또 2008년까지 마포구 상암동에 6000여 평 규모의 애니메이션 전용 극장도 마련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과 각종 게임 콘텐츠를 개발해 외국에 수출함으로써 서울의 주력 산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심에 보행자 중심의 광장을 조성해 시민들의 문화 및 여가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서울시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5월 시청 앞에 서울광장을 조성한 데 이어 숭례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천 시점부의 청계광장, 신촌역광장을 만들어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도심의 광화문광장∼청계광장∼서울광장∼숭례문광장 코스를 중심으로 인근의 고궁 및 미술관 박물관으로 연결되는 역사문화관광 벨트가 형성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녹색 도시=서울시가 2년 넘게 공을 들여 온 두 건의 환경 프로젝트가 연내에 마무리된다.

6월에 문을 여는 성동구 성수동 뚝섬 서울숲은 경마장과 체육공원으로 쓰이던 35만 평의 부지를 숲으로 만든 곳. 시는 이곳에 고라니와 꽃사슴, 청둥오리 등 야생동물을 풀고 한강·중랑천과 연결해 생태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10월 1일 준공 예정인 청계천복원공사는 현재 공정이 90% 이상 완료된 상태. 천변에 이팝나무와 사과나무를 비롯한 가로수를 심어 녹지를 조성하는 작업과 산책로 조경공사가 한창이다. 시는 청계천을 실제로 물고기와 개구리가 살 수 있는 수준의 맑은 하천으로 만들 계획. 복원 후 수질 목표는 평균 2급수 이상으로, 물에 들어가 놀아도 괜찮은 수준이다.

시는 “서울 도심은 도로 건설과 재개발로 인해 녹지가 단절돼 있다”며 “청계천 복원 및 서울숲 조성이 도시 녹지축을 복원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2020년까지 서울 외곽의 환상(環狀)산림생태축, 북한산∼남산∼관악산의 남북 녹지축, 한강 본류와 지류를 아우르는 한강하천생태축을 구축하고 이를 마을 곳곳의 생활녹지축과 연결시켜 ‘녹색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이명박 서울시장 “예술-교양 숨쉬는 ‘문화 서울’ 만들겠다”▼

“얼마 전 서울에서 성매매를 단속했더니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서울의 관광 문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죠. 서울시장으로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문화 서울’을 추구하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의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는 술과 노래방으로 대표되는 서울의 밤 문화다. 이것을 바꿔야 ‘문화 서울’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놀고 마시는 밤이 아니라 예술과 교양을 즐길 수 있는 밤이 되어야 서울의 문화 전체가 업그레이드된다”며 “그래야 외국 관광객들도 술 대신 고부가가치의 고급 야간 문화행사에 돈을 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월 초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1년치 프로그램이 100% 예약돼 있고 예약자의 60%가 외국인이라는 자료를 보곤 깜짝 놀랐어요. 우리 서울도 그렇게 되기 위해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서울시교향악단의 지휘자를 바꾸고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새로 모집하기로 한 것도 그 같은 취지라고 이 시장은 설명했다.

이에 대한 단원들의 반발에 대해 이 시장은 “오디션을 평생 하지 않다가 오디션을 하자니까 다 겁을 먹고 그냥 단원으로 남게 해 달라는데 그건 자존심 있는 예술가로선 부끄러운 일 아니냐”며 “이는 경영의 논리로 예술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예술단체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실천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금융기업인 AIG와 함께 2009년까지 여의도에 서울국제금융센터(SIFC)를 건립하기로 하는 등 굵직한 수확물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

특히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디즈니랜드 유치와 관련해 이 시장은 “국제적이고 민감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협상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며 “디즈니랜드가 들어서면 외자 유치는 물론 서울의 일자리 창출과 관광산업 활성화에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이명박 서울시장▼

△1941년 경북 포항 출생

△포항 동지상고, 고려대 경영학과, 서강대 대학원 명예 경영학 박사

△현대건설 입사(1965년)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1977∼1988년)

△현대그룹 8개 계열사 대표이사 회장(1988∼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전국구· 1992년 5월∼1996년 5월), 제15대 국회의원(서울 종로· 1996년 5월∼1998년 2월)

△서울시장(2002년 7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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