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도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내뿜는 지하철 충무로역, 영등포시장역 등의 인공 동굴 장식물을 철거하고 지하철 1∼8호선 전동차 객차의 유리창 일부를 비상시에 깨뜨릴 수 있는 재질로 교체하기로 했다.지하철공사도 대책을 쏟아냈다. 서울지하철공사는 2호선에 시범 설치한 열·진동 감지기를 3, 4호선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박종옥(朴鍾玉) 사장은 “지하철 개찰구에 X선 투시기를 설치하고 기동질서반을 확충해 위험물품 반입을 막겠다”고 밝혔다.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등 각 지하철공사는 이 밖에 단기대책으로 △야광 유도등 설치 △출입문 수동개폐장치 개선 △비상시 대처요령 안내판 보강 △감시카메라 확충 등을 약속했다.
▽얼마나 들까=서울시 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 차량처의 추산 결과 전동차 객차의 천장과 벽면 바닥 좌석 등 내장재를 불연재 또는 극난연재로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은 1량에 3억2000만원. 전국 6300량에 달하는 전동차 객차의 내장재를 모두 교체한다면 2조원, 서울지하철만 대상으로 하더라도 1조1226억원의 돈이 필요하다. 개찰구에 X선 투시기를 설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서울지하철 1∼4호선만 해도 289개의 개찰구가 있어 개당 4억원씩 모두 1156억원이 든다.이 밖에 열감지기 방독면 산소호흡기 설치, 전동차 유리창 교체, 인공동굴 철거, 야광 유도등 설치 등에도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인다.
장비보다 시급한 것이 안전요원 보강이다. 전국 388개 지하철역에 1명씩의 안전요원을 충원하기 위해 3조 2교대(주간 야간 휴무) 인력 1164명을 새로 뽑는다면 이들의 평균 연봉을 3000만원으로 할 때 매년 약 350억원이 필요하다.
▽재원 마련 어떻게…=아직까지 구체화된 재원 마련 방안은 없는 상태지만 각 지하철공사는 지방자치단체,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턱없이 낮은 지하철 요금을 대폭 올려 안전장비를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발생한 지하철 1∼8호선의 적자 규모는 8122억원. 반면 10일부터 기본요금(성인 현금 기준)을 100원 올려도 예상되는 연간 수입은 1181억원에 그쳐 지난해 부채상환비용(25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하철 요금 인상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열린 시 물가대책위원회에 참석한 외부인사 중 상당수는 승객 1인당 수송원가가 1148원에 이른다는 보고를 받고 “필요하다면 요금을 크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숙명여대 김용자(金容子·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대중교통 소비자들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안전만 바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높은 품질을 원하면 당당하게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지하철 안전대책 주요 내용 | |
발표주체 | 내용 |
정부 | 2000년 3월 도시철도 안전기준 제정 이전에 제작된 전국 지하철전동차 6300량의 내장재 교체 |
전국 지하철 차량 및 시설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 실시 | |
지하철 내 방독면 산소호흡기 손전등 등 긴급장비 확대 지원 | |
서울시 | 서울 충무로역, 영등포시장역, 신금호역, 마천역, 가리봉역 등우레탄폼 재질 인공동굴 철거 |
지하철 1∼8호선 전동차 유리창 비상용으로 교체, 출입문 수동개폐방식 통일 | |
서울 지하철공사 | 1∼4호선 물품 검색 강화를 위해 역무인력과 공익근무요원 1500명으로 기동질서반 편성, X선 투시기 설치 |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 지하철 9호선 승강장마다 스프링클러 설치 |
지하철 9호선 내부재질 불연재로 교체, 좌석은 알루미늄 또는스테인리스 스틸로 교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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