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은 ‘사랑의 릴레이’

  • 입력 2008년 8월 15일 02시 56분


‘사랑의 릴레이’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다혜 양 어머니, 할머니, 나란 체첵 씨, 김민희 교수. 사진 제공 건국대병원
‘사랑의 릴레이’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다혜 양 어머니, 할머니, 나란 체첵 씨, 김민희 교수. 사진 제공 건국대병원
“지금은 이렇게 학교도 잘 다니고 있지만 태어날 땐 엄마 아빠가 걱정을 많이 하셨대요.”

정다혜(12) 양은 1996년 2월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태어날 당시 폐동맥고혈압을 앓았다.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진 다혜 양은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지만 건국대 김민희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 치료진의 보살핌 덕분에 새 생명을 얻었다.

늘 감사의 마음을 품어온 다혜 양의 할머니 이재수(65) 씨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200만 원의 연구기금을 모아 지난해 건국대병원 소아과에 기부했다.

건국대병원은 한국의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의료 연수를 온 몽골 울란바토르 모자보건센터 소아과 의사 나란 체첵(35·여) 씨에게 이 기금을 전해주었다.

김 교수로부터 시작된 ‘사랑의 릴레이’가 다혜 양을 거쳐 다혜 양 할머니, 체첵 씨에게까지 이어진 것.

이들이 14일 오후 건국대병원에 모였다. 연수를 마친 체첵 씨가 사연을 전해 듣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고 희망함에 따라 건국대병원이 자리를 마련했다.

비록 다혜 양은 급한 사정이 생겨 불참했지만 이들의 만남은 시종 훈훈했다. “24일 출국을 앞두고 일주일 동안 서울 곳곳을 구경하고 싶다”는 체첵 씨의 말에 다혜 양 할머니는 “언제든지 우리 집에서 묵어도 된다”며 따뜻한 말을 건넸다. 김 교수는 “서로에게 감정이 전달돼서인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기분 좋고 편하다”며 미소 지었다. 다혜 양은 할머니를 통해 “저를 보살펴 준 의사 선생님이 무척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체첵 씨는 “몽골에선 1kg 미만의 아기는 다 죽는다”며 “이번 연수 기회를 살려 아이들 생명을 구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곤 “이런 시간을 마련해준 김 교수와 다혜 양, 다혜 양 할머니 모두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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