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우정렬]프랑스어 교사더러 일어 가르치라니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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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부터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학생들에게 제2외국어의 선택권이 주어졌다. 이에 따라 프랑스어와 독일어 교사들 대부분이 일본어나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고교의 제2외국어 교육은 다양할수록 좋다. 학생의 선택권을 넓혀 주고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제2외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되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교원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학생들의 제2외국어 선호도를 보면 과거에는 독일어와 프랑스어가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어와 중국어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선택이 늘었다고 해서 일본어나 중국어 교사를 발령해 가르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관련 전공 교사가 부족하다 보니 기존의 프랑스어나 독일어 교사들에게 단기 부전공 연수나 복수 전공 연수를 시킨 뒤 가르치게 한다. 이는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 모두에게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대학 4년을 배워도 현장에서 가르치기가 쉽지 않은데 일본어나 중국어를 몇 개월이나 1년 정도 배워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정상적인 수업이 되고 효과가 날 리 만무하다.

그러잖아도 걸핏하면 공교육 부실에 대한 비난과 불평이 자자한데 이런 식으로 제2외국어를 가르친다면 학생들에게 피해와 불이익이 갈 뿐이다.

학생의 선택권 보장도 좋지만 교사가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라면 문제가 있다. 수박 겉핥기로 단기연수를 받고 교단에 서서 자신 있게 가르치라는 것은 졸속적이고 독단적인 교육부의 교육정책을 보여 주는 것이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2외국어를 다양화하지 않고 일본어나 중국어 위주로만 가르치면 어떻게 될까. 유럽 국가의 언어가 다시 중요해지면 그때 또 교사 단기 연수를 시켜 교육현장에 투입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교육은 항상 장래를 내다보며 설계하고 실시해야지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만 본다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우정렬 부산 해광고 교사 프랑스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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