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교통선진국]이름뿐인 스쿨존

  • 입력 2003년 2월 16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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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교통사고에서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 유명무실하게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안전보행을 위한 울타리가 없는 데다 법으로 금지된 주차장과 불법 주정차 차량들까지 어린이들의 안전 보행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쿨존 내 어린이 안전을 위한 관련 당국의 감시와 스쿨존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무시되고 있는 스쿨존=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A초등학교는 후문을 중심으로 200m가량의 도로가 1997년부터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 구역에는 어린이 보행을 위한 인도는 물론 안전울타리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또 주정차가 금지돼 있는 이 구역에 20여 구획의 거주자우선 주차장이 버젓이 설치돼 좁은 도로가 더욱 좁다. 게다가 도로변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인해 어린이들이 차도로 다니고 있다.

인근의 B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후문을 중심으로 300m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학교 후문 담 쪽으로 거주자 우선주차장이 10여 구획 설치돼 있다. 후문 맞은편에는 철근 등 각종 공사자재들이 도로에 방치된 채 상가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은 주차차량과 공사자재를 피해 도로 한가운데로 다니는 실정이다.

▽어린이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스쿨존에서 어린이들이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은 이들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시내 각급 학교 주변에는 가스저장소 등 각종 위험시설물이 널려 있으며 교통안전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9월 국회 교육위 소속 김정숙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현재 학교 반경 200m 이내에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는 시설물이 있는 학교가 495곳이나 됐다.

종류별로는 주유소가 339곳으로 가장 많았고 대규모 건축현장이 126곳, 가스충전소 22곳, 고압송전탑 8곳 등이었다.

또 서울시교육청이 권철현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내 536개 초등학교 주변 스쿨존 중 36.4%(195개교)에는 과속방지턱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172개교 주변에는 보도와 차도간의 경계턱이 없었다.

▽어른들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스쿨존은 교통안전상 취약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설정하는 것이다.

1995년 9월 제정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스쿨존은 어린이를 교통사고에서 보호하기 위해 초등학교의 주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의 도로 중 지방경찰청이 지정한 일정한 구간이다. 스쿨존에는 보도와 차도의 분리시설과 보행자 보호울타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등하교시간 주정차가 금지되는 것은 물론 노상주차장도 없애야 한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의 행정편의주의와 경찰의 미온적인 단속 때문에 스쿨존 규제는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선진국의 경우 스쿨존 내 어린이 안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영국은 스쿨존 내 도로 색깔을 검은색인 일반도로와 달리 적색으로 하고 있으며 캐나다 퀘벡주는 횡단보도 색깔을 흰색과 노란색으로 표시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든다. 독일은 차로를 줄여서 차량소통을 감소시키기도 한다.안전연대 허억 사무처장은 “운전자들이 스쿨존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위반 운전자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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