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조용한 경찰관’ 과속방지턱

  • 입력 2003년 2월 2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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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주택가 도로에 과속 차량이 많아 사고 위험이 있다며 과속방지턱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과속방지턱은 차량의 속도를 줄이거나 차량이 다른 도로를 택하도록 만드는 교통진정시설의 하나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조용한 경찰관’이라 불리며 사고 예방에 효과가 높은 과속방지턱이지만 규정대로 설치되고 관리되지 않으면 또 다른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속방지턱의 설치=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각 지자체나 도로관리청이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고발생률이 높은 지역에 가능한 한 적게 설치한다.

모양은 원호형으로 폭 3.6m, 높이 10㎝가 표준이다. 운전자가 사전에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전방에는 서행표지 등 교통안전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노란색과 하얀색의 반사성 도료를 칠하는 등 노면 표시를 하도록 돼 있다.

설치 장소는 학교 앞과 유치원, 마을 통과 지점 등 차량의 속도를 낮출 필요가 있는 구간과 근린상업시설 및 병원 등 차량 출입이 많은 구간이다.

▽스쿨존의 과속방지턱=과속방지턱이 가장 필요한 곳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스쿨존이다. 정부가 1995년 전국 초등학교와 유치원 5702곳에 지정한 스쿨존은 학교 건물 반경 300m 이내로 제한속도 시속 30㎞와 주정차 금지 등 여러 제한이 따른다.

그러나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 건수는 지난해 7월까지 5만1000여건에 이르러 지난해(1만6000여건)보다 크게 늘었다. 이중 속도위반이 1만2000여건이었다.

속도위반이 많은 것은 과속방지턱이 부족한 탓이 크다. 제한속도를 맞추기 위해 20m 간격으로 과속방지턱이 설치돼야 하지만 제대로 된 곳이 드물다.

지난해 국제어린이안전사고예방단체 한국지부인 세이프 키즈 코리아가 전국 3125개 초등학교 및 유치원 통학로를 조사한 결과 과속방지턱이 1∼3개만 설치된 학교가 1986개교(63.5%)였고 전혀 없는 학교도 842개교(27%)나 됐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올해부터 모두 459억원을 투입해 전국 500개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통학로를 정비할 계획이다.

▽불량과속방지턱=2001년 광주지법은 98년 전남 나주시 남평읍 둑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과속방지턱에 걸려 넘어져 뇌출혈로 숨진 김모씨(21) 유가족에게 6600만원을 배상하라고 나주시에 패소 판결했다.

과속방지턱이 기준인 10㎝보다 최고 6㎝나 높게 설치돼 부실시공이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교통문화운동본부가 2000년 서울 25개 구 109개 동에 설치된 3100여개의 과속방지턱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75%에 해당하는 2300여개의 높이가 1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이뿐만 아니라 야광도색이 벗겨지거나 예고표지가 설치되지 않아 운전자가 발견하기 어려운 것도 사고나 운전자가 부상하는 요인이 된다.

건교부는 전국적으로 규격에 맞지 않는 2만여개의 과속방지턱을 해마다 정비하고 있다.

충북대 이순철(李淳哲·교통심리학) 교수는 “과속방지턱은 소방차나 구급차 등 응급차량의 진입을 더디게 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속도저하 효과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입증됐다”며 “교통정책 마인드를 보행자 권리 위주로 바꾸는 데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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