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대형사고 실태와 대책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35분


승용차로 국도를 달리다 보면 중앙선을 가로질러 길게 뻗어 나간 급정거시의 바퀴자국(스키드 마크)을 종종 보게 된다.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사고를 일으킨 흔적이다.

중앙선 침범사고는 마주 오는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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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준법의식과 안전운전도 중요하지만 중앙선 침범을 막을 수 있는 안전시설을 먼저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교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앙분리대 설치의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중앙분리대가 거의 다 설치됐지만 국도는 설치율이 25%에 불과해 사고 위험성이 늘 도사리고 있다.

▽중앙선 침범사고 실태〓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26만여건 중 중앙선 침범사고는 1만6147건. 사고 유형별로 보면 ‘안전운전 불이행’(16만6104여건)과 ‘신호위반’(2만598건) 다음으로 3위다.

그러나 발생건수 대비 사망자수 비율은 6%(955명 사망)로 2위 안전운전 불이행(3%)을 훨씬 앞서는 1위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평균 치사율은 2%였다.

▽중앙분리대 설치 현황〓도로법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2000년 2월 이후 신설되는 왕복 4차로 이상의 국도에는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건설된 왕복 4차로 국도는 중앙분리대 설치 의무가 없었다.

건설교통부는 97년부터 국도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전국 왕복 4차로이상 국도 2786㎞ 가운데 700여㎞에 설치를 마쳤다.

중앙분리대 설치 이후 중앙선 침범사고는 96년도 2만2488건에서 많이 줄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중앙분리대를 설치하지 않고 도로 확장이나 포장공사만 실시한 곳이 많다.

건교부는 2005년까지 남아 있는 국도 가운데 우선 501㎞에 중앙분리대 설치를 마치기로 했다. 중앙분리대 설치가 신호등 설치, 감시카메라 운용, 미끄럼 방지시설 등 다른 안전시설보다 교통사고 방지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효과와 대책〓중앙분리대를 설치하면 일단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추월과 U턴을 할 수 없다. 또 도로 폭이 좁아지면서 돌발상황이 일어났을 때 피할 곳이 줄어들기 때문에 차량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국도에 설치하는 정식 중앙분리대는 철제 가드레일이다. 그러나 꼭 정식 중앙분리대가 아니더라도 사고를 줄이는 수단이 있다.

예를 들어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철제 가드레일이 아닌 시선유도봉이나 고무로 만든 사다리꼴 모양의 러버콘을 도내 왕복 4차로 이상 국도 281㎞ 전 구간에 설치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68건의 중앙선 침범사고가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848건에 비해 21.2%나 감소했다.

문제가 없지는 않다.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한 차로의 절반 정도의 폭(약 1.5m)이 필요하다. 따라서 도로의 폭이 좁은 기존 국도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면 갓길의 폭이 줄어들어 오히려 사고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

교통심리 전문가인 충북대 이순철(李淳哲·심리학) 교수는 “대형사고를 유발하는 중앙선침범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중앙분리대 설치가 최우선”이라며 “도로 폭이 좁은 국도는 인근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고 토지를 수용해 도로를 넓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경찰청은 올 6월까지 도내 국도 281km 전 구간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해 중앙선 침범사고 발생건수를 크게 줄였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장)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협찬〓손해보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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