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인천공항 안개로 개항이후 11번째 운항차질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51분


‘인천국제공항은 과연 안개 안전지대인가?’

24일 이른 새벽부터 인천공항에 짙은 안개가 끼어 이날 오전 8시3분 도착 예정이던 콸라룸푸르발 말레이시아항공 MH064편이 김해공항으로 회항했다. 이 항공기는 오전 9시 이후 인천공항 상공의 안개가 걷히자 오전 9시50분경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또 이날 호치민발 베트남항공 VN939편 등 다른 국제선 항공 3편도 짙은 안개로 인해 제때 착륙하지 못하고 인천공항 상공을 선회하다가 20∼30분 늦게 착륙하는 등 항공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

인천공항에서 안개 때문에 운항 차질이 빚어진 것은 올 3월 29일 개항 이후 이번이 11번째다. 같은 기간 김포공항에서 4차례 운항 차질이 빚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이 기간 중 시정(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거리) 1㎞ 미만인 안개가 지속된 시간도 김포공항이 총 49시간38분인 반면 인천공항은 131시간45분으로 2배 이상 많다.

건설교통부는 인천공항 입지 선정 당시에 안개 발생 측면에서는 국내 어느 곳보다 우수하다고 장담해왔다.

▽왜 안개가 많을까〓인천공항은 입지 선정 당시 김포공항보다 안개 발생 일수가 적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공항 부지로 확정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측이 90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관측한 결과에 따르면 영종도는 시정 200m 이하가 연평균 19일이었다.

반면 김포공항은 시정 200m 이하가 연평균 44일이었다. 시정 100m 이하도 연간 17일에 지속시간은 53시간으로 김포공항의 상황이 더 나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에 활주로가 들어선 이후 이 같은 통계는 역전됐다. 더운 낮에 인근 바다에서 증발했던 수증기가 밤에 차가워진 활주로 때문에 쉽게 응결해 안개가 자주 발생하게 됐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정말 안개에 약할까〓통계상 인천공항은 김포공항보다 안개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개 지속 시간이나 항공편 차질 편수 등에서 김포공항보다 절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 같은 통계 자료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항공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안개에 따른 운항 차질의 경우 국제선 전용공항인 인천공항과 단거리 국내선만 있는 김포공항의 특성을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안개로 인한 인천 및
김포공항의 항공기 운항 차질
일자인천공항 김포공항
4월3일 9편 결항, 16편 지연
4월18일 1편 회항
5월3일8편 회항
5월15일2편 회항
5월27일13편 회항
6월26일 2편 결항
6월29일10편 회항
6월30일1편 회항
7월5일1편 회항
7월11일1편 회항
7월12일3편 회항
8월4일 1편 회항16편 지연
10월24일 1편 회항28편 결항, 29편 지연

비행시간 10시간 이상인 국제선 항공기가 많이 이용하는 인천공항의 경우 안개 발생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회항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 반면 비행시간 1시간 미만인 국내선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김포공항은 항공기가 회항하는 사례는 거의 없고 대부분 결항된다.

항공기가 아예 뜨지 않는 경우와 승객이 탄 채로 회항할 때 일반인들의 체감 불편 정도는 회항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인천공항의 안개 피해가 더 크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개 지속 시간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항공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치는 시정 200m 미만의 짙은 안개 지속 시간은 인천공항은 개항 이후 현재까지 11시간15분인 반면 김포공항은 14시간21분이다.

특히 각종 계기 이착륙 시설을 잘 갖춘 인천공항의 경우 시정 200m의 짙은 안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에 김포공항(시정 350m 이상만 이착륙 가능)보다 안개에 강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안개 안전지대는 아니다〓인천공항 상공에서 발생하는 안개는 김포공항의 안개와는 성격이 다르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해무(海霧)’이기 때문이다.

바다 안개는 육지 안개에 비해 농도가 짙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장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새벽에 발생한 안개가 낮 시간에 바람이 불지 않으면 오후까지 계속되는 사례가 많다. 인천공항의 경우 개항 전인 올 2월 20일 시정 200m 미만의 짙은 안개가 무려 17시간31분 동안 지속되기도 했다.

항공기상대 관계자는 “폭설로 쌓인 눈이 녹으면서 수증기가 증발한 뒤 해무와 결합할 경우 짙은 안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겨울철 안개 발생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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