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신고포상금제 찬반논란 후끈

  • 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42분


‘신고 포상금’이 넘쳐난다. 지난해 초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 포상금제가 실시된 데 이어 올들어 교통법규 위반차량 신고제, 부동산 중개수수료 과다청구 신고제 등이 잇따라 도입됐다.

이같은 신고 포상제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필요한 제도이며 실효성도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공권력이 해야 할 일을 시민에게 떠넘겨 ‘고자질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또 포상금제와 관련된 집단 갈등이나 반발도 표출되고 있다.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등 보건의료 5개 단체 회장들은 25일 오전 긴급모임을 갖고 정부의 ‘진료내용 통보 포상제’에 항의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의료인들을 사기범으로 보고 현상금을 거는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효과는 있다〓지난해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 건수는 총 3만7018건. 이 중 2만1885건이 불법행위로 확인돼 16억3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지난해 총 과태료 부과액(70여억원) 가운데 23%가 시민의 신고에 의해 부과된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쓰레기 불법투기는 주로 전문성이 있는 환경미화원 등 공무원들에 의해 적발되는데 23%의 ‘시민 참여’는 상당히 높은 비중”이라며 “포상금이 아니었으면 이같은 실적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한편 포상금을 노린 ‘전문 신고꾼’도 많다. 울산의 오모씨(23)는 지난해 쓰레기 투기 적발로 수백만원의 수입을 올린 데 이어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교통법규 위반차량 신고도 5000여건이나 접수시켜 1500만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단지에도 ‘신고꾼’이 등장해 교통법규 위반 차량들을 촬영, 신고해 3가구당 1건 꼴로 과태료를 물게 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손쉽게 전문 신고꾼이 사진을 찍는 담배꽁초 버리기 등의 포상금을 낮추고 쓰레기 불법 소각 등의 포상금은 올려 부작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갈등 우려〓경찰대 표창원 교수(경찰학)는 “포상금제는 비용 측면에서 대단히 효율적인 질서유지 장치”라고 주장했다. 소수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경찰 등 공권력을 늘리는 것보다 시민의 감시를 유도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

하지만 문제는 ‘불법행위 신고’보다 ‘포상금’이 목적이 돼 사람들 사이에 갈등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점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인병 박사는 “포상금이 커지면 혼자 공을 차지하기 위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경실련 박병옥 기획조정실장은 “포상금의 효과는 인정하지만 공권력이 해야 할 일을 시민에게 떠넘기게 되면 시민은 국가의 권위를 불신하게 될 것”이라며 “자발적인 신고정신을 함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성 보장 시급〓전문가들은 현행 포상금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신고자를 보호할 장치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신고한 사람과 불법 행위자가 마주 앉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상황이라면 자잘한 위법사례만 걸리지, 정말 심각한 ‘비리’는 밝힐 수 없다는 것.

조박사는 “병원의 비리는 병원 근무자가 알 수밖에 없는데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장치도 없이 포상금을 건다고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민간단체가 고발을 대행함으로써 이같은 부작용을 막는다. 표교수는 “미국 영국 등에는 ‘범죄 근절자(crime stoppers)’라는 단체가 각종 신고를 접수하고 단체 명의로 관계 당국에 고발한다”며 “지역 은행과 상인들이 기금을 모아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지만 신원은 밝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범죄 탈세 밀수 등을 신고하는 시민에게 소정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미국 뉴욕주의 경우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자에겐 징수한 벌금의 50%를 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경파괴 행위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할 뿐 포상금을 받지는 않는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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