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사이버 학생지도 "방학이 없다"

  • 입력 2001년 1월 22일 16시 37분


최근 서울의 A고교는 방학 기간임에도 일부 학생들에게 ‘경고성’ 가정 통지문을 발송했다.

‘통신 예절과 윤리’를 강조한 이 통지문을 받은 학생은 재학생 상당수가 참여하고 있는 인터넷 동창회 사이트에 ‘B양 화장실 몰래 카메라’ 등 음란물과 비방성 글을 띄운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 학교는 방학 전에도 2차례 ‘사이버 공간의 문제아’를 적발해 반성문을 쓰게 하고 특별 윤리교육도 시킨 적이 있다.

초중고교가 ‘사이버 학생 지도’에 비상이 걸렸다.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버 학교’와 다름없는 동창회 사이트 등에 음란물과 엉뚱한 비방 및 폭로성 글을 띄우는 ‘사이버 불량 청소년’이 많기 때문이다.

방학 기간에도 ‘사이버 학교’의 출석률이 꽤 높아 디지털 시대의 학생 지도는 ‘오프 라인 교사’들의 진땀을 빼게 하고 있다.

▽실태〓다모임(www.damoim.net) 아이러브스쿨(www.iloveschool.net) 다음(www.daum.net)등 주요 동창회 사이트에는 1만여개 초중고교의 동창회 방이 대부분 자생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400만 회원 대다수가 10대와 20대 초반으로 구성된 다모임을 비롯한 이들 사이트에는 초중고교생의 참여도가 높다. 업계는 810만여명에 이르는 초중고교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이버 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동급생과 선후배끼리 대화를 나누며 친밀해질 수 있고 학교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C양 포르노’ ‘미스코리아 투시사진’ 등 사회적 논란을 빚은 음란물은 물론 유명 여자 연예인의 이름을 내세운 음란물이 수시로 게시판과 자료실 등을 ‘오염’시켜 문제가 되고 있다.

엉뚱한 폭로성 글과 비방도 문제. 서울의 D중학교에서는 동창회 사이트 게시판에 ‘학교 급식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폭로성’ 글이 뜨는 바람에 학교가 발칵 뒤집혔지만 알고 보니 장난이었다.

음란물과 비방은 수가 적더라도 조회 수가 많고 확산 속도가 빨라 파급 효과가 엄청나 학교가 큰 곤욕을 치르곤 한다.

▽학교의 대책〓서울 E고교 교감과 교사 몇 명은 방학 기간에도 교대로 동창회 사이트를 수시로 접속, 점검하는 한편 다음 학기부터 통신 윤리를 정규 교과에 포함시키기 위해 교육용 자료집을 만들고 있다.

서울여상 김정태(金精太)교감은 “전교생 대부분이 이용하는 동창회 사이트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지도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학생들도 개인 E메일에 음란물이 전달되면 학교에 신고토록 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의 대응〓주요 동창회 사이트들도 ‘문제성’ 게시물을 없애고 건전한 동창회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모임은 엉뚱한 비방이나 음란물을 게재하는 회원은 대부분 가명이나 차명을 쓰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전 회원의 실명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모임 정성희 팀장은 “400만명 회원 가운데 250만명이 이미 실명화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음란성 등을 이유로 하루 10여개의 카페를 폐쇄하고 있다. 다음은 동창회 카페 운영자에게 욕설과 음란물 삭제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음란물에 자주 등장하는 원색적인 용어를 자동 삭제하는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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