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자동차 보험료율 손보사 조정의혹…11곳중 9곳 똑같아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40분


가입한 자동차보험이 곧 만기가 돼 S손해보험사로부터 계약갱신 통보를 받은 회사원 이모씨(37)는 단단히 화가 났다. 거의 대부분의 손해보험사가 교통법규 준수자에게 적용하는 보험료 할인율을 0.3%로 묶어놓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6년째 무사고 운전자이기 때문에 다시 보험계약을 할 경우 보험료를 55% 할인받을 수 있다. 한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궁리한 끝에 이씨는 상담원에게 법규 준수자 할인율을 전화로 문의했다.

0.3%라는 대답을 듣고는 이씨가 “너무 작다. 다른 손보사에 알아보겠다”고 하자 상담원은 시큰둥한 목소리로 “그럴 필요 없어요. 할인율은 어느 손보사나 다 마찬가지예요”라고 말했다.

10% 범위 내에서 보험사별로 할인폭을 결정하도록 한 제도를 잘 알고 있는 이씨는 ‘그럴 리가 없다’며 다른 손보사들에 알아봤다. 그러나 결과는 상담원의 말대로였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9월부터 무면허와 음주운전 뺑소니의 경우 10%, 중앙선침범과 속도위반 등 2회 이상은 5%의 보험할증을 하도록 정했다. 반면 법규를 잘 지키고 벌점도 받지 않는 모범운전자들에게는 10% 범위 내에서 할증으로 더 걷은 보험료만큼 안분해 깎아주도록 했다.

그러나 11개 손보사 중 9개사가 할인율을 0.3%로 동일하게 적용, 담합 의혹이 일고 있는 것. 현대해상화재는 0.26%, 신동아화재는 0.32%로 달랐다.

가입자로서는 나은 서비스와 싼 보험료를 제시하는 손보사를 ‘쇼핑’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다. 또 2002년 4월 보험료 완전자유화를 앞둔 시점에서 대다수 손보사들의 가격정책이 가입자 위주로 전개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S손보사 관계자는 “각 손보사들이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각자의 할인율을 반올림하다보니 서로 같은 할인율이 나온 것 같다”며 “손보사들이 서로 담합을 했거나 타사의 눈치를 보고 결정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손인옥 공동행위과장은 “11개사 중 9개사의 할인율이 같다는 것은 담합의 혐의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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