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약사법개정 ‘급류’… 분업정착 ‘먼길’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35분


의―약―정(醫―藥―政)이 마련한 약사법 개정안의 국회상정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내부 반발 속에 공식적으로 찬성입장을 밝혀 약사법 개정작업이 급류를 타게 됐다.

이에 따라 의료계의 파업과 비협조로 차질을 빚던 의약분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지만 합의안에 반대하는 강경파가 분업 불복종과 의협회장 불신임 등을 추진 중이어서 분업이 완전 정착하기까지는 계속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 약사법 내용〓환자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병원에서 처방 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개정안이 의사와 약사간 자율적인 협력체제를 갖추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대체조제와 관련해 약사가 의사의 사전동의를 받았으면 나중에 대체사실을 의사에게 통보하지 않아도 되지만 환자에게는 반드시 알려야 한다. 생물학적 약효 동등성 시험에 통과한 약품은 약사가 의사에게 대체조제를 사후통보하고 이를 환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의사가 사전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약사가 처방전과 다른 약으로 바꿔 조제한 뒤 약화(藥禍)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의사가 책임지지 않는다. 약 자체에 결함이 있으면 제약회사가, 조제과정에 잘못이 드러나면 약사 책임이다.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곧바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판매단위는 개정안에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사의 임의조제가 심각하면 최소 포장단위(10정)를 규정키로 했다.

분업을 단계적으로 시행하자고 요구해 온 대한병원협회는 법 개정과정에서 병원 내 외래조제실을 허용하는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의협이 여기에 반대하자 “국민불편을 외면한다”며 3자합의에 불만을 나타냈다.

▽의약분업 전망〓의약계는 내년 6월까지 의약품을 재분류하고 주사제 처방문제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약품분류의 경우 조정이 쉽지 않아 의―약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여기에다 시민단체는 시민(소비자)권리를 보장하면서도 분업원칙이 훼손돼선 안 된다며 △의약협력위원회의 법적 근거 마련 △처방전 2장 발행 △분업예외 범위축소 등을 주장하고 있다.

임의분업(선택분업)도 중요한 변수이다. 의―약―정 3자는 11일 합의 당시 “의약분업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개원의들은 여전히 의사들이 조제할 수 있는 임의분업에 미련을 갖고 있다. 의쟁투가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 조사에서는 70∼80%가 임의분업에 찬성했다.

의쟁투 내부에서는 김재정(金在正)의협회장이 약사법 국회상정 찬성입장을 공식발표하자 불신임 운동과 함께 분업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분업형태를 바꾸는 문제를 공론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약사법이 개정된 뒤에도 의료계가 임의분업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의사들이 분업에 적극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약계와의 마찰 및 환자불편이 예상된다. 의쟁투는 임의분업에 대한 국민지지를 얻기 위해 무료진료투쟁도 검토 중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약사법 개정안 주요 내용(의-약-정 합의)
의료계약계
-처방약 목록을 적정 품목수로 줄여 제출
(가급적 품질 우수하고 가격이 적정한 약)
-엄격한 기준, 꼭 필요한 때만 대체불가표시
-약사가 불가피하게 대체요청시 최대한 협조
(종합병원 대체조제 상담실 설치 운영)
-동의안한 대체조제시 약화사고 책임 없음
-주사약 처방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가급적 경구약 사용토록 환자를 교육)
-처방전에 의한 조제시 복약지도 가능
-일정한 질병이 의심되는 환자는 의사에게
의뢰
-처방약 목록 선정에 의사의 견해를 존중
-지역별 처방약 목록에 있는 의약품을 준비
-처방전 없이 조제하는 행위는 자체 단속
-조제기록부를 작성하고 5년간 보관
-담합행위를 의료기관과 함께 강력 단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