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하옥현/내가 본 「파리의 교통」

  • 입력 1998년 11월 29일 20시 07분


경찰이라는 직업때문일까. 3년전 경찰청 파리주재관으로 이 곳에 온 뒤 내가 받은 문화적 충격은 루브르 박물관이나 에펠탑 때문이 아니었다. 우리와는 너무 다른 교통문화가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다.

개선문 광장을 보자. 개선문을 중심으로 12개 방향으로 길이 나있다. 주위에는 경찰은 물론 신호등도 없다. ‘오른쪽에서 들어온 차가 우선’이라는 단 하나의 원칙을 지키며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운전을 한다.

그런데도 운전자들이 질서정연하게 제 갈 길을 가고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개미들이 알아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똑같은 환경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전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파리에서는 ‘모두 질서를 지키면 모두가 이익’이라는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서울은 어떤가. ‘전체의 질서는 어떻게 되든 나만 편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

파리 도로망의 특징은 상당수 시내도로가 일방통행이고 특히 이면도로는 예외없이 일방통행이라는 점이다. 일방통행 도로는 신호등이 거의 필요없고 U턴차량이 없기 때문에 차의 진행속도가 그만큼 빠르다. 또 이면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해 놓으면 도로 한 쪽에 차를 세워놓아도 차 한대는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정체가 빚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운전자가 일방통행의 역방향으로 가려할 때는 돌아서 가야한다는 불편이 따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면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하려 하면 일부 사람들이 “왜 내가 돌아가야 하느냐”며 민원을 제기해 일방통행 도로를 늘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내집 앞만은 안된다’는 이기주의 때문에 좋은 제도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옥현<경찰청 파리주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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